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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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음험한 환상적인 오컬트 호러]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인 그녀는 할머니에게 전설과 주술, 북부지방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배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그녀의 작품은 근원적인 공포 위에 역사적, 정치적 공포와 두려움까지 덧입혀 어쩌면 장르 소설이라는 가면을 쓴 사회 고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 몫의 밤]은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올린 세계 위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예요.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잔혹한 기사단의 영매인 후안은, 그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진 적 없는 강력한 능력으로 어둠의 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타고 난 그는 어린 시절 그의 병을 치료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사단에게 끌려가 어둠의 의식과 제례에 이용당하죠.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이 이제는 아들 가스파르에게 대물림될 뿐 아니라 자신이 아들의 몸을 빼앗고 의식을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안은 아들을 데리고 기사단으로부터 몸을 피할 계획을 세웁니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지 아무런 말도 없이 긴 여정을 떠난 이들 부자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무척 기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삶의 일부는 여전히 어둠의 신과 기사단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후안이 가스파르를 대하는 것을 보면 일부분은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하지만 이 작품에는 예전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들에 대한 후안의 사랑. 어떻게든 아들을 지켜내려는 그의 열의와 사랑이 이 기묘하고 어둡고,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든 묘사들까지도 전부 포용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의 사랑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기사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연인이자 아내 로사리오까지 그의 계획에 동참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가스파르가 기사단의 어두운 손길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 긴 여정과 가스파르에게 닥친 비극을 생각해 볼 때 결말은 조금 허망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쥐고 흔들었던 이들, 잔혹한 고문마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이 똑같은 대가를 치르기를 원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 만족감(?) 이 적었어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어떻게 표현해낼 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요, 분명한 건 지금까지 읽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이야기 중 제일 제 취향이었다는 거예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오렌지디>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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