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맨을 찾아서
리처드 치즈마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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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짓누르는 서늘하고 압도적인 공포]

 

1988년, 10대 소녀가 연달아 납치되어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 메릴랜드주 에지우드. 이 사건이 마을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유는 그 전까지는 에지우드에서 이렇게까지 심각한 강력범죄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녀들은 집 안이나 집 앞, 혹은 평소 일상적으로 다니던 길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친근하게 지내던 이웃들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며, 범인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헤어스타일까지 바꾸게 만들었던 전대미문의 사건.

 

그 한가운데에 리처드 치즈마가 있습니다. 메릴랜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몇 개의 단편과 기사를 낸 경력을 가진 치즈마는 <묘지의 댄스>라는 공포 및 서스펜스 잡지를 직접 출간하기로 마음 먹죠. 그리고 자신의 고향에서 일어난 이 기묘하고도 잔혹한 범죄의 기록을 모아 나름대로 조사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사건은 1986년 8월부터 1990년 초까지, 에지우드에 거주하는 여성 최소 스물다섯 명의 집에 들어가 그녀들을 추행한 남성 사건을 근거로 쓰여져 있습니다. '팬텀 폰들러'라 불리던 그 범죄자는 1993년에 체포되었는데요, [부기맨을 찾아서]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치즈마의 눈으로 따라가는 사건의 과정은 힘겨웠습니다. 사라진 소녀들도 소녀들이지만,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 딸의 시신을 눈 앞에 둔 부모의 심정은 말해 무엇하겠어요. 범행 자체도 난폭하고 끔찍한데 범인에 대한 윤곽은 잡히지 않고 이대로 미제로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경찰도 주민도 답답하고 공포스러웠을 겁니다. 저는 특히 희생자 한명 한명의 사진 때문에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생명이 누군가의 욕망 때문에 잔인한 방법으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니, 저 두 손 모아 기도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쥬!! <작가의 말>까지 읽고나서 저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저의 슬픔과 애도가 조롱당한 기분이었어요. 저처럼 깜짝 놀랄 독자 분들이 계실테니 밝힐 수는 없지만, 작가님 너무해요!!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몰라요. 하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 작품이 생생하게, 현실감을 전달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소 스릴러 작가들에게 뒤통수 맞는 것을 즐거워하는 저를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지도요.

 

'범죄 실화' 에 기반한 소설이지만 이 작품 안에 담긴 슬픔과 공포, 작가가 이야기한 '순수를 잃어버린' 기분은 너무나 강력하게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스릴러 작가-스티븐 킹, 할런 코벤, C.J.튜더-들도 극찬한 작품!! 서늘한 정체 모를 것에 대한 깊은 어둠을 느껴보고 싶은 스릴러 독자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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