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기유나 토토 지음, 정선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머리맡에서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 기시모토 아키라는 거울에 적힌 메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PC를 켜라. 데스크톱에 있는 '나에게'라는 텍스트 데이터를 열어, 아키라> 라는 문장 때문이었죠. 아키라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를 통해 자신이 2년 전에 사고를 당했다는 것, 그 사고로 '전향성 건망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병. 하지만 그의 직업은 소설가예요.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작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오고 있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놀랍게도 아키라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소설을 계속 집필하고 있었고, 일어나면 매일 '나에게'와 그 때까지 진행된 '원고'를 읽고 그 다음을 진행해나가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어요.

 

여동생은 대학생이 되었고, 친구는 성숙한 성인이 되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2년 전과 같은 제자리 걸음. 절망하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지만 아키라는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써 나갑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변 사람 몇몇은 그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그에 맞춰 어떻게든 생활은 이어지죠. 그렇다고 아키라가 불안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어제의 기억이 없는 나는 과연 과거의 자신과 동일인물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괴로워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글을 써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기억의 빈틈을 뚫고 들어오려는 쓰바사가 있습니다. 아키라가 단골로 드나들게 된 카페의 종업원. 순진무구한 미소와 일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는 눈을 가진 쓰바사는, 아키라에게 소설 속 등장인물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소소하게 그를 위로해주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아키라의 상태를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도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조금은 예측 가능한 그 비밀은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아키라의 마음이 어떨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가 '나에게'에 적어놓은 '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는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이 문장들에 의지했을 아키라를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렇게 강하게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싶어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결코 '내일'을 포기하지 않은 남자의 이야기. 소설이지만 실화라 여겨질 정도로 생생한 작품입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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