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름 없는 별의 비가
유키 신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평점 :
품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해외여행 도중 아버지의 위독한 상황을 들었음에도 귀국하지 않아 의절당한 료헤이와 만화가 지망생인 겐타. 엉뚱한 만남 뒤 친구로 지내게 된 두 사람은 현재는 신입 은행원이자 여전히 만화가 지망생이라는 표면적인 직업 외에 '비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을 작은 병에 담아 매매하는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영업 목표액을 달성하면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야망(?)에 작업에 박차를 가하던 어느 날, 길거리 공연을 하는 가수 호시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과거와 노랫말에 담긴 수수께끼, 그리고 일가족이 불에 타 죽은 사건의 생존자 등이 얽히면서 료헤이와 겐타의 작업에도 위험 신호가 울립니다. 우연인 듯 운명처럼 만나게 된 사람들의 진실이, 마침내 밝혀집니다!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유키 신이치로의 미스터리 로맨스 [이름 없는 별의 비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을 사고파는 신비한 가게를 소재로 그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연, 료헤이와 겐타, 호시나가 얽힌 사건의 진상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예요. 표지만으로는 시시한 러브 스토리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고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같은 심오한 성찰도 담겨 있었고요.
작품을 읽다보면 역시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가게의 마스터가 한 말이 깊은 울림을 남겨요.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개쯤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괴로움을 품게 되어 있어. 그것이 산다는 것이고, 사람으로서 지니는 아픔이야. 그런데 그것을 돈 내고 포기해서 편해지려고 하다니, 그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p 96
마스터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정말 기억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은 비난받아야 마땅한 걸까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기억에 대한 태도 또한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저로서는 타인의 아픔을 재단하려는 마스터의 태도가 조금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기억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잊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품의 결말은 사실 예상 가능한 것이었지만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연유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휘리릭 읽어버리고 말았어요. 살짝 어라? 한 부분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납득이 가는 결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이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노래일 겁니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