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
가노 도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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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을 잡아줄 단 한 사람을 기억해요]

 

초반에는 대체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모리노 마모루와 히라이시 데쓰코의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데쓰코의 성장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으며, 혹독한 현실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굳건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 이런 느낌은 첫 장 <플랫>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마모루가 바라보는 데쓰코는조금 특이하지만 성실한 모범생, 커다란 감정의 기복 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다 해내는 타입, 자신이 이용당할지언정 결코 타인을 해칠 일은 하지 못하는 그런 소꿉친구였어요. 감히 사랑이나 연심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아까운, 소중한 산소같은 존재.

 

분명 데쓰코에게 비밀이 존재할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이, 예상치 못하게 훅 밝혀진 데쓰코의 사연은 너무나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리뷰를 남기는 지금도 고민스러워요. 데쓰코의 비밀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러다 저는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데쓰코의 비밀을 비밀로 남겨두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녀의 비밀을 언급해도 괜찮은 것이었다면 책 뒤편에 '살아가는 일에 서투른 데쓰코'가 아니라 다른 문구로 데쓰코를 소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분명한 점은 데쓰코가 간직한 비밀은 엄청난 것이라는 것, 그 비밀 외에도 마지막 결말은 놀라움 그 자체여서 흡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마지막을 접했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한 장에 밝혀져 있는 진실에 전 온몸에 전율을 느껴 소름이 쫙 끼쳤어요. 더불어 데쓰코가 홀로 걸어가려 했었던 그 길이 결코 외로움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세상에는 데쓰코처럼 차마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 분들도 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읽고,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분명 그 분들의 곁에도 소중한 사람이 존재하고 힘겨운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의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에는 '흥, 흥' 콧방귀를 뀌며 단순한 청춘물인 줄 알고 읽어내려간 저로서는 이 작품을 함께 하는 중간부터 민망해지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가노 도모코'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검색도 해보았고요. '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 라는 제목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는데, 어쩌면 마모루와 데쓰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위로와 다정함으로 가득찬 그 시작이요.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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