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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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랑이었다]

 

10월 말의 어느 날, 자정이 넘은 밤에 이혼전문 변호사인 젠은 열 여덟살이 된 아들 토드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 밖으로 토드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낯선 남자가 토드를 향해 다가오고 급기야 토드는 그를 칼로 찌르고 말아요. 주변에서 괴짜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 왜 그런 일을 벌였는지 절망 속에 잠든 다음 날, 젠은 자신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로 되돌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과거로의 시간 여행. 젠은 이 시간 여행이 토드가 벌인 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혀내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며칠에서 몇 달, 심지어 몇 년까지 건너뛰어 과거로 향하던 젠은 그 과정에서 아들 토드에 대한 사랑,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남편 켈리가 감추고 있던 비밀을 깨닫습니다. 과연 젠은 토드를 구하고 평범하고 행복했던 날들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들이 누군가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면, 저 또한 젠처럼 절망에 빠졌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절실하게 기도했을 겁니다. 이 모든 일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감수하겠다고요. 젠의 시간여행은 그녀의 그런 절실함에 대한 응답이었을까요. 계속해서 과거로 향하는 젠을 보면서 이 소설이 어떻게 끝을 맺을 지 정말 궁금했어요. 이대로 과거로만 향하게 되는 건가, 다른 사람들이 미래로 향하면서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것처럼 젠은 과거로 향하다가 결국 아기가 되어 태어나기 전의 상태로까지 가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이 시간 여행은 젠의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저는 그저 작가님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들은 머리를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 금방 사라져버렸어요. 이야기에 푹 빠져 정말 정신없이 읽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토드를 구해내야 한다는 일념 뿐이었지만 과거 속에서 젠이 깨달은 것은 결국 토드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젠은 어쩌면 자신과 켈리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신이 워킹맘이라 토드에게 소홀했던 순간 순간이 결국 그런 처참한 사건이 벌어지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해요. 하지만 과거 속에서 그 당시에는 놓쳤던 일들을 곱씹어보면서 아이는 잘 성장했다는 것과 그런 아이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세상 모든 범죄에 서사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낯선 남자가 누구이든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일반론이 토드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도 과연 허용 가능할까요? 나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소설 속에서 제가 느낀 것은 마법같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 사람. 모든 것은 결국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마무리 되죠. 특히 아들을 사랑하는 젠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와서, 역시 아들 둘을 키우는 이 엄마는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습니다. 젠이 과거로 돌아가면서 점점 어려지는 토드와 만나는 장면 하나하나가 왜 이리 울컥하게 만드는지. 또 한 번 아이들이 정말 빨리 자란다는 것을, 소중한 시간을 금방 흘러가버린다는 것을, 평범한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젠의 시간여행과는 별개로 '라이언'이라는 인물의 시각이 중간중간 개입해요. 범죄조직에 위장 잠입한 경찰인 라이언이 대체 젠과 무슨 상관이길래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로맨스+스릴러+sf 영화를 본 것만 같은 기분!!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 작품, 꼭 놓치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현재 출판사 공식계정에서 반전과 관련된 '환불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한 번 참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출판사 <시옷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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