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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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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멸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2권은 1권에 이어 알렉상드르와 함께 경쟁적으로 전생의 자신에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전수하는 르네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어떻게든 전생의 자신이 쓴 예언서가 채택되게 하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조금 코믹하게 다가와요. 현생에서 투닥투닥 다퉈가면서 어떻게든 예언서를 완성하고 오랜 시간 묻혀있던 꿀벌을 되살리려는 설정은 스펙타클하고 흥미롭습니다. 그 와중에 르네의 전생인 살뱅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마는데요, 르네는 그 다음 생에서도 자신의 삶이 예언서와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의 모든 것이 '꿀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살뱅의 풀네임은 살뱅 드 비엔인데요, 성인 비엔이 저지 독일어로 '꿀벌'을 뜻한다고 해요. 그래서 예언서에 '꿀벌의 예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입니다. 저는 1권부터 죽 읽으면서 왜 제목이 '꿀벌의 예언'인지 무척 궁금했었어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게 된다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꿀벌이 그런 사실을 알고 스스로 인류에게 전달할 방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뭔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궁금증이 풀리네요! 또한 살뱅의 부인인 '드보라'라는 이름의 의미는 히브리어로 꿀벌이고, 르네와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멜리사의 이름에도 꿀벌과 꿀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 르네에 의해 최면을 경험한 후 뛰쳐나간 여성인 베스파의 이름도 이들과 연관이 있는데, 요건 꼭 책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라요!!
르네가 알려준 적 없는 내용이 <꿀벌의 예언> 마지막 장에 실리게 되는데, 이 내용이 무엇인지 작품 마지막까지 정말 궁금했어요. 인간이 진보와 쇠락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순하고도 자연스러운 방법. 하지만 너무나 독창적인 방법. 부활한 고대 여왕의 후손들인 여왕 꿀벌들은 벌집 도시를 지으며 빠르게 번식하고 이들이 낳은 여왕 꿀벌들은 또 그들의 도시를 세웁니다. 마지막 꿀벌이 사라지고 나서 인류 문명이 사라지기까지 4년. 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대 여왕의 후손들을 통해 인류는 또다시 재도약을 이뤄내죠. 인류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협력과 연대. 분명한 것은 그 모든 생각의 원점은 <꿀벌의 예언>이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인류는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까요. 이란에서는 기온이 60도에 육박하고 , 유럽도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죠. 남극은 20도까지 기온이 오르고 있다고 하고요. 우리나라도 이 이상고온 현상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극한호우는 또 어떤가요. 정말로 지구에게 자정능력이 있어서 인류의 수를 줄이기 위한 계획에 돌입한 거라면 인류의 멸망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무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베르베르 작가도 지금의 암담한 상황을 마음 아파하고, 인류가 부디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동안은 베르베르 작가의 작품을 흥미와 호기심으로 바라봐왔다면 이번 작품은 인류가 한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을 그리고 있어 더욱 진지하게 읽었습니다. 예전 작품들과는 조금은 결이 다른 느낌. 앞으로 베르베르 작가는 우리 인류와 이 세계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 지, 그 시각을 다음 작품에서는 어떻게 담아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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