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의 날씨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형식이 대화체이기 때문이었다. 대화체로 된 소설은 제법 나와 있지만, 나는 한 번도 대화체로 된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다. 그 대화체도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을 여기자와 5일동안 인터뷰하는 식으로 소개한단다. 게다가 소재 또한 특이하다. 15년간 자신이 사는 마을도 아닌, 알프스 마을의 날씨를 외워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비토리오 코발스키는 15년전 어떤 사건을 계기로 알프스의 어느 한 마을의 날씨를 연구한다. 기온, 기압, 강수량, 일조량까지 빠짐없이 연구해오던 어느 날 <베텐, 다스>라는 유명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15년동안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사랑을 생각해낸다. 15년전 그들이 헤어지게 된 사건을 떠올리고, 급히 그녀, 아니를 찾아가는 비토리오. 그러나 그녀는 어렸을 때 친구 루키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마음을 정리하려고, 15년 전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은 그는 그 장소에서 뜻밖의 사고와 뜻밖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다시 아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가 그린 비토리오는 평범함 뒤에 독특함을 숨긴 사람이다. 아무리 어떤 사건에 의해 충격을 받았다고 해도, 어떻게 15년간의 날씨를 외우고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몇 분 뒤에는 태풍이 온다는 것 등등 시간을 셀 수 있다고도 하니, 워낙 숫자에 약하고, 과학으로부터 먼 나에게 비토리오는 무슨 외계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소설은 서술형보다 생동감 있고, 나 또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중간중간 작가가 여기자와 대화를 나눌 때 나오는 멋진 문구들도 인상에 남는다. 내용을 전개하는 방식 또한 독특하다. 특히 이야기를 맺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앞으로 작가와 여기자가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하게 한다. 책 구성은 깔끔하다. 표지도 귀엽고, 중간중간 모르는 말들의 설명도 세세하게 잘 들어가 있다. 

 하지만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나는 기대했던만큼의 그렇게 큰 즐거움을 이 책에서 찾아내지 못했다. '볼프하스신드롬'을 만들어 낼 정도로 대단한 작가라고는 하나, 사람마다 맞는 작가와 작품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작가의 의도였는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가 논점에서 옆으로 새는 것 같은 느낌이 간혹 들었고, 그 때문에 산만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또한 '미스터리한 러브스토리'라고 하기에는 강도가 너무 약하다고 해야 하나..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긴장감이 부족했고, 러브스토리라고 하기에는 보통 사랑을 말할 때 느끼는 애틋함이 부족했다. 

 대화체 소설에 익숙하지 않아 읽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문학을 접한 것도 실로 오랜만이다. 복잡한 책을 읽었다는 생각에 어지럽다. 눈이 뱅글뱅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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