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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베리북 / 2023년 5월
평점 :

[나는 에블린 휴고. 내가 바로 이 구역의 여왕이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도 아니고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이라니, 어떻게 하면 결혼을 일곱 번이나 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당연히, 에블린 휴고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영화계의 전설이자 60년대의 잇 걸, 그야말로 그 세계를 주름잡았던 에블린이었으니까요. 이제 79세에 접어든 그녀가 유방암 연구 기금을 모으고자 크리스티 경매에 자신의 가장 멋진 드레스 열 두벌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연히 그녀의 인터뷰를 따기 위해 모든 매체가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비방트에 소속된 기자 모니크. 나름 재능도 있지만 아직 그녀다움을 드러내는 글을 쓴 적이 없어서 회사에서 그리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은 그녀를, 에블린이 호출(?)합니다. 비방트에서 프로 기자를 내세웠지만 그들을 전부 물리치고 모니크를 요청한 것이죠. 놀라움과 얼떨떨함을 안고 에블린과의 인터뷰에 나선 모니크. 하지만 정작 에블린은 비방트와의 인터뷰는 안중에도 없으며, 지금부터 내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자신이 죽고 나서 책으로 내라고 제안합니다. 돈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액수로 평가받을 에블린의 전기.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모니크는 에블린의 제안을 수락하고, 이제 그녀의 모든 시간은 에블린의 이야기로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수수께끼는 두 가지예요. 일곱 번이나 결혼한 에블린 휴고의 평생의 사랑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다른 많은 기자들 중에서 왜 모니크를 선택했는가? 읽다보면 중간에, 예기치 않게 그녀의 평생의 사랑이 드러나고 그녀가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까지 감수해야 했는지 밝혀집니다. 명성과 인기, 배우로서의 욕구와 한 인간으로서 행복하고 싶었던 에블린의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녀의 이야기들.
저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타이타닉의 향수'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어요. 영화 <타이타닉>을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전 이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아픔과 아련함을 느껴요. 타이타닉을 생각하면 느껴지는 감정들이 에블린 휴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지나간 세월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겠죠. 제가 나이를 먹어 할머니가 되어 지금의 시절을 떠올리면, 어쩌면 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가장 큰 수수께끼는 당연히 '왜 모니크인가?'하는 점일 겁니다. 왜 모니크였나. 모니크가 아니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저도 여러모로 머리를 굴려봤지만 이럴 때는 그저 작가가 의도한 방향대로 따르는 것이 순리일 겁니다. 애서 고민하지 말고, 작가가 준비한 이야기에 푹 빠지면 그걸로 완벽해요. 한 여배우의 굴곡진 인생, 삶과 사랑, 희노애락이 전부 담겨 있는 이 작품을 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독서대에 책을 올려두고 밥을 먹으면서도 읽었는데, 독서대가 이래서 유용하구나 새삼 실감했다니까요.
더운 여름, 재미있는 이야기로 무더위를 싹 잊고 싶으시다면 이 책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재미있지 않으면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전 역사도 인문학도 재미있어서 읽거든요)고 생각하는 독자인 저의 추천입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베리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