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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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인 단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독특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 미래를 보는 방법이 조금 특이해요. 마치 바이러스처럼 타인의 비말을 통해 감염되면, 내일 일어나는 일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겁니다. 볼 수 있는 시간은 제각각이고 자신의 미래는 볼 수 없지만 타인의 미래에 자신이 등장하면 대충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정도는 알 수 있는 능력. 아버지는 이것을 '선공개 영상'이라 불렀습니다. 단은 이 능력을 이용해 신칸센 사고를 당할 뻔한 반 학생을 구할 수 있었어요.

 

한편, 단의 학급에는 후토 마리코라는 여학생이 있는데요, 이 소녀는 소설을 씁니다. 등장인물은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라는 가명을 쓰는 남자들로, 그들은 말하자면 응징하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SNS에 '고양이 도살자'라는 이름의 계정이 있었는데 그는 어디선가 데려온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전달했습니다. 좋아하는 시청자와 후원자들 또한 있었지요. 그들은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일명 '고지모'라 불렸는데, 고양이 도살자 때문에 고양이를 잃은 사람 중 한 명이 로또에 당첨된 거예요! 그리고는 아메쇼와 러시안블루를 채용해서 고지모들을 추적해 응징하도록 한 거죠.

 

이사카 고타로의 신간 [페퍼스 고스트]는 바로 이 단의 이야기와 러시안블루-아메쇼 콤비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를 신칸센 사고로부터 구한 단은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고 결국 자신의 비밀을 발설하게 되는데, 어쩐 일인지 이 학생의 아버지가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결국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단! 그는 평소 특별한 능력이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누구도 구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과연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 중간부터 '오잉??' 하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마 '페퍼스 고스트'라는 말의 뜻을 알고 계시는 분이라면 짐작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책 뒷표지에 실린 풀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 바람에 너무나 즐겁게 이사카 고타로의 트릭(?)에 당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순간 이것이 SF 소설인 줄 알았어요. '페퍼스 고스트'는 연극 무대나 영상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조명과 유리를 사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관객 앞에 보여주는 수법이라고 해요. 다른 곳에 숨겨진 물체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데, 저는 이걸 읽어도 대체 어떤 수법인지 감도 안 오더라고요. 결국 약간 비스듬한 자세로 책을 읽다 이 수법이 쓰인 부분에 다다른 순간, '오잉??!!' 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지 뭡니까??!!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유머와 뼈 때리는 말은 여전해요. 작품 속 유머에 하하 웃다가도,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가는 '제 소설의 특징을 망라한 듯한 작품이 나왔다'고 이 작품을 평했는데요, 그야말로 이사카 고타로의 모든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고,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작가님이라니!! 다시 한 번 엄지 척 드립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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