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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평점 :
[마음을 몰랑몰랑,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주는 해피한 이야기들]
[오후도 서점 이야기] 로 일본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친근한 무라야마 사키가 이번에는 공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해피엔드 에어포트]로 찾아왔습니다. 저는 사실 공항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저 여행을 가거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용하는 공간, 그 뿐이었습니다. 굳이 떠올리자면 '해피'라는 단어보다는 허전함, 쓸쓸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 장소라고 할까요. 누구나 훌쩍 떠나버리고 머무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해피엔드 에어포트]를 읽다보니 공항이란 장소가 이렇게 포근하고 따뜻한 곳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포기하려는 만화가 료지, 공항의 서점을 지키는 직원 유메코, 33년만에 재회한 단짝 메구미와 마유리, 세계를 유랑하는 마녀 사치코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혹시 '마녀'라는 단어에 '엥?'하지 않으셨나요??!! 전 '오잉? 진짜?' 라며 제 눈을 의심했거든요. 하지만 무라야마 사키의 작품 중에는 [마녀는 꿈을 지킨다] 처럼 마녀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으니, 진짜 마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믿으셔도 됩니다. 네 편의 이야기는 연작소설들로 앞서 등장한 인물이 뒤에 등장하고, 뒷 이야기에서도 앞에 나왔던 인물이 언급되기도 하는 형식이에요. 이렇게 보면 우리 인생의 신비함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깨닫지 못하지만 어디선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그 인연들은 어떤 연유로 우리와 묶여 있는 걸까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공상 한 가운데로 빠지고 맙니다.
우연히 만난 누군가로 인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 료지의 이야기도 좋았고, 33년만에 재회한 메구와 마유리의 사연도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그녀들의 성숙한 마음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이,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니!! 누군가가 저를 이렇게 생각해준다면 저라도 메구미처럼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공항의 서점에서 일하는 유메코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유메코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꿈결같은지요!!
책에는 마법의 힘이 있단다. 종이에 인쇄된 그림이나 글을 보기만 해도 여기 없는 세계가 보이다니 신기하지? 마법의 주문이 적힌 것 같지 않니? 책은 틀림없이 마법으로 이루어졌어. 책방에서는 마법을 진열하고 파는 거야.
p 124
맞아요! 이 말씀이 곧 제 마음!! 한 페이지만 펼쳐도 우리를 바로 다른 세상으로 연결해주는 책이란, 세상에나, 대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요!! 그런 책을 '마법'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그만 마음이 몰랑몰랑 흐물흐물해졌어요.
하루만 있으면 저도 공항에 갑니다. 아이들을 챙기느라 분명 정신이 없을 테지만, 이제는 공항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작가님의 시선에 빙의되어, 공항의 따스하고 포근한 기분을 만끽하고 오겠습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열림원>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