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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사라진 세계
모리타 아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4월
평점 :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더욱 안타깝고 슬픈 사랑]
고1 겨울, 심장병으로 갑작스럽게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아키토는 갑작스레 닥친 불운에 모든 희망을 잃고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위로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뿐이지만, 그조차도 덧없이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물론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마음을 터놓지 못한 채 우울감에 빠져 있던 그는,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하루나라는 소녀를 알게 돼요. 하루나는 이미 반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이지만 밝은 태도로 조금이라도 더 이 생을 이어나가기 위해 매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와 만나게 된 후 아키토는 하루나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죠. 남은 시간을 하루나를 사랑하는 데 바치기로 한 아키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별의 시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창 팔팔하게 삶이 주는 기쁨을 온 몸으로 느껴야 하는 때에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얼마나 절망적일까요. 전혀 예상도 못했던 어두운 미래.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면 지금 열심히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염세적인 태도에 빠진다 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자신보다 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가 아키토였어도 조금은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 같아요.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하루나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이 될까 봐 자신의 상황을 밝히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고자 뛰어다니는 아키토는, 삶의 마지막 순간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만난 듯한 기분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지금 내 상황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골골대기는 해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도 아니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해도 하루하루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저는 무엇을 할까 생각해봤어요. 마지막인만큼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마도 아이들이 자라는 데 있어 엄마를 기억할 수 있게 이런저런 준비를 할 것 같아요. 영화에서처럼 생일에 맞춰 배달될 수 있도록 한 20년치 생일 케이크를 예약해둔다든지, 20년 분의 편지를 쓴다든지 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그리고 애틋한 마음을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요??!!
제목이 [봄이 사라진 세계]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가 했는데, 일본어로 '하루'는 봄을 의미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하루나를 잃은 아키토의 세계는 과연 어땠을까요. 시간이 정해진, 병이 아니었다면 너무나 아름답게 빛났을 청춘들의 이야기라 더욱 가슴 아팠던 이야기.
**출판사 <모모>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