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살해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9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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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사회 고발의 특별한 조합]

 

그 유명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드디어 저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경찰 살해자]는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로, 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 소설이예요. 벌써 아홉 번째 작품인데 이제서야 처음으로 '마르틴 베크'를 만나게 되다니,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만큼 더 깊고 천천히 음미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도저히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거나 상황이 으어엄청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체 작품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궁금해서 내리 읽어버렸네요.

 

배경은 스웨덴 최남단의 조용한 시골 마을 말뫼. 한 여성이 실종되고 (하지만 이 여성은 작품 초반에 살해당하는 것으로 나와요) 이 사건은 국가범죄수사국 살인수사과 책임자인 마르틴 베크에게 맡겨집니다. 어쩌면 이 시골 마을에서 여성 한 명이 사라진 것은 실종이 아니라 도망친 것이라고 단정지어질 수도 있었지만, 마르틴 베크가 '그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론의 시선이 모아지죠. 게다가 수년 전 마르틴 베크가 자신의 손으로 체포한 '로재나 사건'의 범인이 사라진 여성의 이웃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그가 바로 이 사건의 범인일 것이라는 확신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상부로부터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번에는 그가 범인이 아닐 것 같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는 마르틴 베크. 그의 고뇌는 깊어지고, 마르틴의 친구이자 동료인 콜베리의 고민 또한 깊어졌던 작품!!

 

미스터리인만큼 여성을 살해한 범인의 정체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지만, 작가들은 독자에게 추리의 즐거움만을 선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집필 의도는 '범죄소설을 통해 사회에 숨겨진 빈곤과 범죄를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경찰 살해자] 에 담긴 메시지는 콜베리의 고뇌와 맞닿아 있습니다. 콜베리는 '경찰 조직이 점점 더 정치화했다는 것, 경찰이 점점 더 자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었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는 인물입니다. 또한 과거 총기 사고로 동료를 쏘아 죽인 적이 있는 그는 '강력 범죄 발생률이 크게 높아진 것은 경찰관이 늘 총기를 소지하고 다닌 탓이 크다'고 주장해요. 여기에 '심리교육을 등한시하는 경찰학교'의 상황을 낱낱이 밝히며 경찰직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오우, 만난 지 이제 한 권밖에 안 되는데 마르틴 베크의 절친이 떠나려고 하다니요!!

 

마르틴 베크가 작중에서 태어난 시기는 1923년. 그리고 배경이 된 시기는 1970년대입니다. 콜베리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부분을 읽고 있자니 이것은 단순히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들이 당시 스웨덴의 상황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듯한 기분이었어요. 셰발과 발뢰는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부르주아 복지국가로 여겨졌던 스웨덴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집필했다고 합니다. 작품을 통한 사회 고발적인 측면이 미스터리와 어우러져 묘한 재미를 선사해준다고 할까요.

 

[경찰 살해자]를 읽다보면 곳곳에 예전 작품에 대한 언급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드디어 저도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비록 언제나 범인을 밝혀내는 데에는 난항을 겪고 있지만요. 작가 중 한 명인 발뢰는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테러리스트]가 출간된 해인 1975년에 암으로 사망했고, 셰발 또한 2020년에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가슴이 쓰립니다. 하지만 아직은 읽을 수 있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요. [경찰 살해자]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기도 하고요. 설마, 아무리 그래도 콜베리가 마르틴의 곁을 이대로 떠나지는 않겠죠??!!

 

**출판사 <엘릭시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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