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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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 아프고도 안타까운 것에 대하여]

 

우리네 삶이 누구나 그러하듯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라는 존재는 희망을 찾습니다. 누구에게나 이 삶을 버티게 해주는 무언가 한 가지가 있기 마련이지요. 저는 정지아 작가님의 [나의 아름다운 날들] 속 작품들을 읽으며 바로 그것을 찾았더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무엇을 버팀목 삼아 살아가고 있는지,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한 가닥 위안으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이 그런 게 궁금해지더라고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삶이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것은 아니고, 작가님의 묘사 능력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뜻이에요.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잡힐 듯, 한폭의 수채화 같기도 하고 수묵화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어느 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어느 때는 등장인물들의 귀여운 모습에 한껏 미소가 지어지게도 했으며, 울컥한 마음에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마치 제 주변을 둘러싸고 차례가 되면 한 사람씩 나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도련님의 아이를 가진 채 자신에게 와 한평생 마음 한 자락 내어주지 않았던 아내를 그리워하며 도련님의 환영을 만나는 노인, 과부가 된 어린 시절 동무 셋,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지내왔으나 끝내는 살아남아 자신만의 천국을 만난 남자, 사랑해 마지 않았던 아들이 사고를 당한 뒤에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아버지, 큰 어려움 없이 평탄한 세월을 보낸 듯한 여인의 뒷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모두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우리 삶이 계속되는 이상 '엔딩'은 나올 수가 없겠죠.

 

그들은 시간을 통과해 지나갈 뿐입니다. 언뜻 언뜻 느끼게 되는 아픔도, 상대가 나에게 마음을 다 주지 않아 느끼게 되는 설움과 질투도, 세월을 그대로 받아들인 엄마를 향해 느끼는 애처로움과 짠함도, 함께 했던 누군가가 갑자기 세상에 이별을 고하는 것도,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상 어쩌면 한 번씩은 겪을 수도, 운이 좋다면 겪지 않아도 좋을 그런 일들을 어떻게든 버티고 감내하면서 살아갈 뿐이지요. 그 무게감에 한숨이 나오기도,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 속에도 웃음이 있고 빛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한 줄기 햇살 같은 것. 살아있다고, 살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몸부림같은 것. 우리는 어쩌면 <천국의 열쇠>에 등장한 '그'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과 몸으로 있는 힘을 다해 살아온 게 아니었을까요. 겉으로는 잠잠해 보이는 인생이었으나 <나의 아름다운 날들>의 김 여사에게도 남모를 고통과 정성이 있었듯이 우리의 삶은 모두 각자가 감내해야 하는 몫입니다.

 

국내소설에는 관심도 크지 않고 잘 모르기도 해서 그 동안 잘 읽지 않았는데 정지아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니 그의 유명한 작품인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궁금해졌어요. 아직은 동굴 속 보물들처럼 느껴지는 국내문학. 앞으로 무얼 찾게 될지 이 탐험을 계속해보고 싶습니다.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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