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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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고 가슴 아팠던 복수 일기]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현실은 생각보다 무척 참담할 거라고 여겨집니다. 교사는 커녕 부모님에게조차 말 한 마디 꺼내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아이들의 기사를 마주할 때면, 또래의 폭력이 얼마나 공포스럽게 생명을 위협하고 자존감을 말살시키는 지 잘 알 수 있어요. 실제로 학교 폭력이 벌어졌을 때 학교나 교육청의 대처를 보면 실망스러운 경우도 대부분입니다. 요 근래 어떤 분의 자제는 가위에 팔이 찔렸는데도 사회 봉사로 그쳤다는 피드를 보고 놀란 적도 있어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가해자의 인권'에만 신경을 쓰고 '피해자의 인권'은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학교 폭력을 다루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가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가해자들을 향한 사적 복수가 전달해주는 통쾌함. 가해자들에게 사회가 적법한 처벌을 내려준다면 애초에 개인이 들고 일어날 일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극중에서도 동은이 연진을 비롯한 무리들의 학교 폭력을 경찰에 신고하자, 연진의 엄마와 연줄이 있는 경찰서장이 앞장서서 사건을 무마시켜 버립니다. 담임 교사는 또 어떻고요. 교사에, 아들까지 교대에 입학해 주위에는 명예로운 집안이라 알려졌을 테지만, 담임 교사가 동은에게 가하는 폭력은 눈살을 찌푸리다 못해 구역질이 나게 할 정도였어요.

 

<쿤룬 삼부곡> 의 2권에 해당하는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도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만 주위의 그 어떤 어른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주인공 장페이야가 그들을 처단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는 1권을 읽지 않아 잘 모르지만 아마도 1권에서 다뤄졌을 전 세계적 살인 집단 'JACK'의 조직원만을 골라 살해했던 스녠의 이야기도 조금 등장합니다. 이 조직원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벌이는 악행은 필요한 장면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잔인해요. 장페이야는 스녠에게 아빠를 잃고 둘째 고모 집에 맡겨진 중학생입니다. 자상하지도 않았고 그저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 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아버지였으나 그런 보호자를 잃고 둘째 고모 집에 의탁하게 된 장페이야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끊이지 않는 고모의 신경질과 타박, 끈적끈적하게 다가오는 고모부, 구이메이와 그녀의 일당들에게 당하는 가혹 행위. 페이야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편의점 점원인 촨한 뿐입니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도를 넘어 페이야를 괴롭히고, 세상은 그녀에게 선택하라 외칩니다. 이대로 평생 당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게 복수할 것인지.

 

'살해당하느니 살해하러 나선다!'라는 문구를 통해, 저는 장페이야의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더 글로리>를 시청할 때와 마찬가지로 장페이야의 복수 과정은 저를 그저 서글프게 만들었어요. '통쾌한' 복수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요.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동은이도, 장페이야도 아닌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 제3자들 뿐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세상에서 일단 한 발자국 떨어져 있어요. 고통도, 아픔도, 괴로움도 우리 것이 아닌 그녀들의 것이지요. 동은이 복수를 위해 거의 20년 세월을 바쳤듯이, 장페이야는 복수 과정을 통해 온전한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이제 예전의 그 '장페이야'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이미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1권을 읽지 않은 탓인지 저에게는 수수께끼 투성이였습니다. 이중인격처럼 보이는 촨한의 정체도, 고통스러워하는 장페이야 앞에 나타나 복수를 종용하는 야오 선생도, 스녠의 존재도요. 서늘하지만 굳은 미소를 짓는 장페이야의 모습이 눈 앞에 떠올라 마음이 시립니다. 그녀가 단 하나의 구원으로 여기는 것은 촨한. 과연 그가 장페이야를 구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날이 올까요. 마지막에 실린 장페이야의 글자로 적힌 일기가 고통당하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외침 같아 오래 보기가 참 힘이 듭니다. 3권에서 모든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길 바라며 일단 저는 1권인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 지침서]를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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