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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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작품]

 

저희 부부에게 아이들은 아무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첫째는 결혼하고 두 달만에 임신 사실을 알았고, 둘째도 가질까 말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덜컥 생겼어요. 물론 지금의 둘째가 태어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어쨌든 '아기를 가질지 말지' 고민한 적이 없었다는 것, 아이가 생기지 않는 괴로움을 겪지 않았다는 것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기를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삶의 방식은 다양한 것이 당연하고 각자의 선택을 존중할 뿐입니다.

 

늘 높은 가독성을 자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희망의 끈]은 '아이'와 관계된 작품이에요. 지진으로 인해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부부, 삶의 목표를 갖기 위해 또 한명의 아이를 갖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거치기에는 아내의 나이가 많아 불임 클리닉을 방문하게 되죠. 그렇게 태어난 시오미 부부의 아이 모나. 시간이 흘러 시오미 유키노부는 한 살인 사건에 연루되고, 이 사건을 가가 교이치로의 사촌인 마쓰야마 슈헤이가 맡게 됩니다. 사건 해결에 바쁜 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아이를 갖고 낳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 키운다는 것은 무엇이고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내가 죽은 형제들을 대신해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로 인해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염려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건강에 주의해야 하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삶. 내가 내 자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누군가의 대용품인 것 같다는 느낌은, 상상 이상으로 괴로울 것 같아요. 자신이 태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고, 부모님이 나를 통해 누군가의 그림자를 찾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야 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맞는지 계속 묻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 그 사랑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매순간 느끼면서 살아가는 기분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결국 아이가 바라는 것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보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 아닐까요!

 

갑자기 '내가 너의 아빠다!'라고 나타난 사람에 대해 슈헤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일찍 돌아가셨다고 들었고 평생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역시나 아버지의 빈 자리를 느끼면서 살아왔으려나요. 어머니의 사랑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궁금하겠죠. 아버지의 마지막을 알면서도 만나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설이는 그의 모습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는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고, 누군가는 연인의 임신 사실에 경악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현실에 절망해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아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작품 속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많은 의문을 끌어안은 채 복잡한 마음으로 남겨진 기분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진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는 것. 지금은 이 한 가지 사실에 감사하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사랑하렵니다.

 

걸리는 부분 없이 쑥쑥 읽혔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무겁고 귀중한 것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기대하고 읽게 되는 듯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잘 읽었습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재인>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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