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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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독자, 특히 엄마라면 틀림없이 울게 될 것이다!!]

 

나는 베서니와 함께 있을 거예요. 아이를 만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아이를 내 품에 안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p394

 

읽는 동안 꾹 참아 눌렀던 울음이, 결국 마지막 부분에 가서 터지고 말았다. 헬레나가 남긴 이 편지를 읽는 엄마 독자라면 누구나 나처럼 눈물을 흘리다 못해 오열하지 않았을까. 내 손 끝에 닿는 아이의 살결, 아이가 품에 안겼을 때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 코끝을 스치는 아이들 특유의 체취. 나는 지금도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 종종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데, 그렇게 사랑하는 아이를 다시는 만질 수도 없고 품에 안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아마 살아 있어도 사는 것이 아닌 그런 시간 속을 정처없이 헤매게 되겠지. 헬레나처럼.

 

'로맨스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 헬레나 로스. 그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종양이 온 몸에 퍼진 그녀는 쓰고 있던 작품을 계약 해지하고 자신의 마지막 이야기를 세상에 남겨두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작품 한 편을 완성하기에 이미 헬레나는 체력적으로 지쳐 있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대필작가를 이용하는 것. 헬레나가 원하는 대필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원수지간이었던 마르카 반틀리. 외설적인 작품 세계 때문에 헬레나와 반목하지만, 결코 실력이 없는 작가는 아니라는 평가 아래 자존심을 버리고 마르카에게 연락한다. 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마르카 반들리. 이후 헬레나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두 사람의 따뜻하고 가슴 아픈 집필이 시작된다.

 

헬레나는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은 채 오직 대리인인 케이트와만 연락한다. 그것도 전화로만. 남편과 아이가 있었지만 4년 전에 그들을 모두 잃었다. 시종일관 건조한 헬레나의 음성은 그녀가 가족을 모두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라, 그들의 죽음에 헬레나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편과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속죄하듯(속죄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남겨두고 싶은 헬레나. 죽음을 코앞에 둔 그녀 앞에 나타난 마르카 반틀리는 헬레나에게 세상 둘도 없는 최후의 친구가 되어준다. 이 반틀리의 정체가 첫 번째반전!! 그리고 두 번째 반전은, 그녀의 글 속에 숨어 있다.

 

슬픈 사연일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내 머리 또한 멍해졌다. 그 모든 일을 겪는다면 삶은 지옥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고 마음 속이 마구 휘몰아쳐 책을 던지다시피 놓은 뒤 한참을 서성여야 했다. 그러다 결국 헬레나가 반틀리 앞에 놓인 편지를 읽다 눈물이 터져버린 것이다. 아이가 없는 이 생을 어떻게든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는 헬레나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하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들의 하나된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하다.

 

띠지에 적힌대로 과연, 이 소설은 내 마음을 엉방진창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이미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났음에도 계속 이 이야기가, 헬레나의 목소리가 내 몸 속을 휘젓고 다닌다.


**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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