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ㅣ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평점 :

[외롭지만 따스하고 싶은 그녀들의 통쾌하고 슬픈 반격]
애정하는 출판사(너무 많습니다!!) 북스피어에 <이판사판 시리즈> 로 출간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시리즈에 속한 작품들 모두 색다르고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손꼽아 기다리는 책들 중 하나랍니다. 그런데 그런 북스피어에서 시리즈로 출간되는 작품들이 또 있었으니, 이름하여 <첩혈쌍녀 시리즈>입니다. 언뜻 들으면 욕같기도 하고, 어떤 홍콩 영화의 제목같기도 한 이 시리즈의 출간 의도는 '서로 말을 나누며 각종 사건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해결하는 두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담긴 작품들을 소개하겠다'라는 것이라고 해요. 즉 재잘거리며 핏빛 사건을 해결하는 두 여자, 라는 것이죠. <이판사판 시리즈>처럼 딱 10권만 만들고 끝장을 보시겠다는데, 이 넘치는 네이밍 센스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바바야가'는 슬라브 어로 마녀를 뜻하는데요, 이 마녀의 모습이 어떤지, 일단 첫 번째 마녀의 모습부터 먼저 보실까요.
알몸이 되었을 때 가슴보다
갈라진 복근에 눈이 가는 단련된 육체,
거칠지 않지만 꺾이지 않는 성격,
취미는 폭력, 유일한 재능은 싸움.
전 이 홍보문구를 봤을 때부터 '이거다!' 싶었습니다. 딱 제 이상형이었거든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외모에서부터 남성들에게 한 수 아래로 보여지는 경우를 맞닥뜨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작품 속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지는 여성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현실에 그런 편견이 만연한데 허구의 세계에서조차 답답한 현실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체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체력이나 존재감, 혹은 싸움실력으로나마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매력적인 육체에 취미가 폭력, 유일한 재능은 싸움이라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게으르고 운동이나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 고개부터 젓고 보는 저에게, 이번 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순간의 싸움으로 야쿠자 조직의 회장의 따님 경호를 맡게 된 여자 신도 요리코, 그리고 그런 그녀의 경호를 받게 된 딸래미 나이키 쇼코. 재잘거리며 핏빛 사건을 해결한다길래 좀 더 통쾌하고 시끄러운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비와 늑대가 떠올라요. 자신들을 가두었던 세상을 부수고 나오는 그녀들이 외로워 보였던 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본능을 터뜨려버리고 싶었던 요리코와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혀 바깥 세상을 갈망했으면서도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려 했던 쇼코의 반격은, 반격이 맞긴 한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팠어요.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은 그야말로 놀라웠습니다. 순간 제 눈을 의심했을 정도니까요. 의외의 부분에서 당했구나!-라는 느낌??!! 아이코, 그런데 결말은 또 왜 이렇게 만드신 겁니까!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요!! 엉엉.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처음부터 읽기가 망설여졌어요.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까웠거든요. 예상대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쉬리릭 읽어버렸습니다. '가격에 걸맞는 재미'를 선사해주셨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멋진 여성 캐릭터를 만나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니 <첩혈쌍녀> 시리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