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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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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
'프랑스 대혁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까요? 저는 로베스피에르도 아니고 마리 앙투아네트도 아니고 '오스칼'이 먼저 생각납니다. 저는 프랑스 대혁명을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로 배웠거든요! 그 작품에서 주인공은 오스칼과 앙드레, 그 둘의 사랑에 가슴 두근거리며 설레하다가 또 비극적인 결말을 죽음을 슬퍼하다가 대체 프랑스 대혁명이 뭐지? 생각하게 되었고, 관련 도서를 찾아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에이, 그게 뭐야' 하실 수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며 함께 책을 읽다보니 요고 중요해요.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을 통해 연계 독서를 할 수 있거든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 대혁명. 그 혁명의 주역이라 불리는 인물들이 분명 있습니다. 앞에 나서서 이끌고 혁명이 끝난 후 미래를 향해 나아간 사람들이요. 하지만 이 [7월 14일]이 저의 관심을 끈 이유는 '이름 없는 군중의 외침'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박혔기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역사에 이름이 기록된 이는 있으나, 그 역사를 이룩한 존재는 이름 없는 우리들이니까요. 당장 우리나라 역사만 봐도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름없는 민초들이었다는 것만 봐도 자명하지 않습니까!
이후의 행적은 전혀 알 수 없다. 그는 역사에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져 버렸다. 그냥 단역이었다.
p122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함락의 현장. 하지만 이미 혁명의 기운은 4월부터 불꽃처럼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그 때부터 희생당한 수많은 이름모를 시민들이 작가에 의해 한명 한명 이름 불리며 쓰러져 갑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이 과정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원인과 진행, 참여한 사람들, 마무리까지 모든 것은 달랐지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자신이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고, 바로 옆에서 동료와 친구가 죽어넘어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7월 14일]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저 위에서 몰려있는 사람들을 전체샷으로 잡았다가 점차 인물 한명 한명을 줌인하는 것처럼 소개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의 얼굴이, 비록 상상일지라도 묘하게 가슴에 와 박힙니다. 저는 여전히 궁금하고 알고 싶습니다. 그 수많은 역사적인 현장에서 민중들을, 백성들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인지요. 프랑스 대혁명은 민중의 생존의 문제도 걸려 있었지만, 단지 그 이유 뿐만은 아니었겠죠.
소설적으로 보면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아 재미 면에서는 크게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느끼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재미가 아니라 민중의 결단과 행동 그 의미일 테니까요. 그 현장의 함성과 열정을 작품을 통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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