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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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과연 다시 만나는 일이 가능할까 생각했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계속 인연을 이어가리라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저도 육아휴직 후 복직해서 예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을 지금 직장에서 또 만났는데요, 업무가 겹치기도 해서 최근 자주 연락을 하곤 해요. 어느 날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이렇게 연락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사실 그 분은 저와 성향이 조금 달라서 예전 직장에서는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어요. 그 말씀을 듣고 사람 일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했어요.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든 그 인연이 좋은 인연이 될지 나쁜 인연이 될지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겠다고.

 

어렸을 때는 제 쪽에서 먼저 인연을 끊은 적도 있었어요. 물론 단번에 그런 것은 아니었고 오랜 시간 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게 되자 굳이 이런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아마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제가 한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나의 방식으로 인해 타인 또한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어쩌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람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고, 나이가 들어도 어렵게만 다가옵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겠죠. 사람의 인연에도요. 그리고 우리는 늘 후회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렇게 했더라면. 또 누군가를 탓하기도 해요. 그 당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해주었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시간 그 곳에 없었다면 그 뒤의 내 삶이 조금은 달라졌을텐데 하고.

 

요코제키 다이의 [악연]을 읽으면서 씁쓸했던 이유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그 곳에 어쩌면 진정한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악의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일이 잘못되려다보니 어쩌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 뿐 아니었을까요. 주어진 운명에 슬퍼하고 벗어나지 못해 결국에는 누군가를 탓하게 되고, 잘못된 방식으로 슬픔에서 벗어나려했던 그 선택은 결국 모두를 고통에 빠트리고 말았습니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벌어졌던 그 사고 때문에요.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인연의 고리였으나, 악연입니다.

 

단순한 스토킹 살인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읽어나가다가 중반부터 이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무엇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지, 인간이란 여전히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약간의 다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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