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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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자주 읽으시나요? 저는 어쩌다 끌릴 때 한 번씩 들여다보기는 하지만 솔직히 시에 손이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 어려워요. 함축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그렇지만 시를 읽다보면 끊임없이 저를 의심하게 됩니다.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가 이게 맞을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모든 문학 작품은 읽는 이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생각도 궁금한 게 당연하잖아요.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도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 저란 독자는, 그래서 더 시를 멀리하게 되나봅니다. 소설과는 달리 시에서는 어쩐지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거든요. 그래도 예전에는 오기(?)로라도 일부러 시를 찾아 읽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그런 제가 [기쁨이 슬픔을 안고] 를 이 새벽에 읽고 리뷰를 남기게 된 이유는, 머리를 좀 식히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연말이라 업무가 많아서 집에까지 싸들고 와서 자다 일어나 새벽에도 일어나 일하던 중 졸립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좀 쉬고 싶은데 누웠다가는 잠들 것이 명확하고, 그렇다고 소설을 읽기에는 내용을 따라가다 머리가 더 복잡해지거나 너무 빠져들어 일을 못하게 될까 싶기도 해서 가볍게 조금만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어요(게다가 표지 색도 핑크핑크!!). 파라락 파라락 넘기던 중에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읽어볼까 싶었는데, 세상에나! 제 눈길을 처음으로 사로잡은 시는 바로 이것입니다.

부서지고 부서지어

기초 되고

 

 

모래

구르고 굴러

다져진다

 

 

인생 속 시멘트

책 되어

눈앞에 있고

 

 

하늘 물과 섞이어

반석 된다

<인생다지기>

 

결국 시도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와 비슷한 내용으로 찾아지는 걸까요.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2023년이 멀지 않은 요즘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어찌어찌 1년을 보냈는데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과연 잘 살아왔나 싶기도 하고요. 워킹맘으로 바쁘게 보낸 1년 속에서 내가 이룬 건 무엇인가 조금 쓸쓸하기도 합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를 위해 또 반년 육아휴직을 들어가지만 1년을 오롯이 함께 보내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도 커요. 이런저런 복잡스런 마음을 달래주러 이 시가 저에게 왔나 싶어 한참을 가만히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관련된 시도 눈에 들어왔어요. 먼저 간 아이를 그린 시를 읽으면서는 낮에 읽은 기사 때문인지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울부짖음으로 들렸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묘사한 시를 읽으면서는 유치원에서 해가 질 때까지 엄마를 기다릴 저희 아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시큰해졌습니다. 으아, 이 새벽에 이렇게 시를 읽다 이리 울 일인가 싶지만 어쩌겠습니까. 예전에도 시를 읽으면서 한바탕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 저로서는, 때로 몇 글자의 시가 긴 글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을요.

 

여전히 저에게 시의 세계는 어렵고 낯섭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씩 가슴을 울리는 시를 만나고 나면 영원히 시를 멀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시가 누구의 마음을 울릴지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더 나에게 꼭 맞춤인 듯한 시를 만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어쩌면 이 시집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요. 수줍게 한 번 내밀어봅니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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