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트레이 귀공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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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랜 복수와 미움의 시간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밸런트레이 귀공자] 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읽은 시즌3 작품의 세 권 중 '질투와 복수'라는 소재에 가장 걸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경의 카인과 아벨을 떠올리게 하는 형제 간의 다툼과 질투, 원한과 복수로 구성된 이 작품은, 두 아들을 둔 엄마인 제가 보기에는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한편, 이 '밸런트레이 귀공자'인 제임스를 향한 미움과 답답함으로 가슴 한 구석을 묵직하게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아이가 둘이면 조금 더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게 마련인 걸까요? 만약 제가 이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아이가 하나거나, 곧 둘째 출산을 앞둔 아이들 친구 엄마들이 가끔 물어볼 때가 있어요. 둘 중에 정말 더 예쁜 아이가 있느냐고요. 제가 둘째를 낳기 전 살짝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해요. 다들 둘째가 태어나면 작은 아이가 더 예쁘다고 하던데 만약 그러면 어쩌지, 그럴 바에야 그냥 하나로 만족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나름 심각하게 둘째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오래 갈 사이도 없이 뜻하지 않게 아이가 생겼고, 낳은 후에는 복닥거리며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첫째보다 둘째가 더 예쁘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엄마지만, 이것만큼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둘 다 정말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요.

 

작품 안에서 '밸런트레이 귀공자'로 등장하는 제임스는 제멋대로인 성격에 그 어떤 구속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형입니다. 후에 듀리스디어 경으로 불리는 동생인 헨리는 차분하고 약간 재미없는 성격일지라도 가문의 명예를 소중히 생각하는 성실한 인물이죠. 굳이 따지자면 저는 동생인 헨리가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데, 이 형제의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꼭 그렇지도 않았나 봅니다. 거의 40년간 듀리스디어 경의 장원을 관리한 토지관리인이자, 이들 형제의 오래된 원한과 복수의 기록을 남긴 에프라임 매켈러조차 형제의 아버지가 차별을 하고 있다고 여겼으니까요.

 

작품의 내용은 고구마 백만개는 집어넣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언행과 이에 대해 헨리가 느끼는 괴로움, 피할 수 없이 벌어지는 결투로 이어집니다. 읽다가 정말 제임스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어요. 헨리가 신경쇠약에 걸리고도 남게 만드는, 정말 발암인물입니다. 게다가 왜 그리도 이 악당의 목숨은 끈질긴 것인가요. 죽어도 죽지 않는 목숨을 자랑하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모습에 마치 귀신을 본 것마냥 오싹해졌습니다. 제가 헨리였다면 차라리 죽음으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형제간의 전쟁이었어요.

 

그러나 인간의 생에서 이 원한과 복수, 목숨을 건 사투가 과연 큰 의미가 있었는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긴 시간 서로를 미워했던 형제들의 마지막을 지켜보자니 허무한 슬픔만이 느껴졌어요. 죽으면 끝인 인생, 이들의 반목과 미움의 시작은 어디인가 곱씹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작이 만약 형제의 부모로 인한 것이라면, 앞으로 나와 옆지기의 처신에 한층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여전히 '세계문학'에 대해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밸런트레이 귀공자]를 비롯해 시즌 3의 세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이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한편의 모험 소설 같기도, 또 다른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기도 했어요. 이렇게 매 시즌마다 주제에 맞춰 한 권씩 읽다보면 언젠가 유명하다는 작품들은 한 번씩 만나게 되겠죠! 다음 시즌의 주제는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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