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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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도 되어줘!!- 테메레르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거의 떼를 쓰듯 내가 웅얼거린 말이다. 판타지 소설에 이렇게까지 몰입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판타지에 그다지 흥미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읽다 그 권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에 질려 포기했고, 그 유명하다던 <반지의 제왕>은 책은 일찌감치 접고, 영화로만 감상했다. 다행히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는 무척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해리포터는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코웃음만 치다 나온 기억이 난다.(같이 보러 간 누구에게 미안해서 혼났다;;)  사람들의 해리포터에 대한 평판도 자자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나를 실망시킨 해리포터 때문에 나는 판타지물에 대해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테메레르-라는 단어가 부쩍 내 귀에 자주 들어왔다. 결국 -에이,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테메레르>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용을 좋아했던 것 같다. 왠지 -용-이라고 불리는 그 어감도 좋았고, 신성시되는 품격있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으며, 책이나 영상물 안에서나마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당당한 위상을 동경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용과 나를 친하게 느껴보지는 못했다. 항상 멀리 있는, 아득한 느낌.. 그런 느낌을 나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털어버리고 싶었나 보다. <테메레르>를 읽으면서 나는 로렌스 대령이 되고 싶었다. 

 <테메레르>는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국의 로렌스 대령과 테메레르 라는 용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원래 해군 대령이었던 로렌스는 프랑스 군함과의 싸움에서 테메레르의 알을 전리품으로 획득하게 되고, 테메레르는 로렌스를 자신의 비행사로 선택한다. 처음에는 해군이었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앞일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찬 그였으나, 용으로 구성된 비행중대에 합류하여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어느덧 그들만의 특별한 우정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투의 시간이 다가온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침대를 데굴데굴 굴렀다. 읽기 아까운 책이거나, 너무 즐거운 책을 볼 때 감정을 이기지 못해 나오는 내 오랜 습관이다. <테메레르>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 웃기도 하고, 마음을 졸이기도 하면서 몇 번이나 데굴데굴 굴렀는지 모른다. 그 중 읽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온 부분이 있다. 로렌스는 테메레르를 자주 목욕시키는데, 훈련을 받으러 간 공군기지에서는 용들은 목욕을 전혀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테메레르가 로렌스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그 말을 듣고 테메레르가 어두운 표정으로 로렌스에게 말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씻겨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

용이 "어두운"표정으로 말했단다. 용이.. 내가 상상하는 용의 표정은 단 하나였다. 근엄한 모습, 가끔씩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그런 용이 "어두운"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 귀엽고, 친근해서 마음이 즐거웠다.

인물이나 테메레르에 관한 묘사뿐만 아니라 전투장면이라든가, 배경설명 모두 금방 영상으로 떠올릴 수 있을만큼 선명했다. 쉽게 상상이 되었고, 그로 인해 책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는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앞부분에 수록한 인물설명과 등장하는 각기 다른 종류의 용들에 대한 설명, 19세기 초의 유럽지도까지..하나하나가 다 나를 감동시켰다. 

 하지만 역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로렌스와 테메레르, 그들만의 특별한 우정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둘 중 하나가 먼저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처음 알에서 깨어나 자신의 비행사로 로렌스를 지목한 뒤부터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끔찍하다. 아무 조건 없는 감정,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최고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받을 수 있는 존재. 그들의 우정이 너무 부러워서, 서로가 영원히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결말이 다가옴에 따라 조급해지고, 눈물이 났다. 지금 우리의 인생에서는 어쩌면 느껴 볼 수 없을 최고의 감정을 그들만은 지켜나가길 바랐다. 

 앞으로 어떤 판타지 소설을 읽든간에, 나에게서 <테메레르>의 순위를 탈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를 이만큼 빠져들게 했으니, 판타지 소설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이 6권 시리즈의 처음이라 하니, 앞으로 나올 <테메레르>시리즈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집어들기 전에 망설였던 기분을 단번에 날려준, 멋진 작품이다. -테메레르, 내 친구도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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