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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평점 :

오랜 어머니의 병간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 로웬. 작가로서 새로운 계약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날, 충격적인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친절한 남자의 도움을 받는다. 함께 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부터 위로를 받은 듯한 느낌에 호감을 갖게 되었으나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베스트셀러 작가 베러티 크로퍼드의 남편이었다. 베러티가 미처 끝내지 못한 소설 시리즈를 완성해달라는 의뢰와 거액을 제시받은 로웬은 결국 제안을 승낙하고, 자료를 조사하기 위해 베러티와 그 남자, 제러미가 생활하는 저택으로 향한다. 베러티가 모은 자료들을 뒤적이던 와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베러티의 자서전. 그 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베러티의 자서전에 담겨 있는 내용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도 고통스럽다. 쌍둥이 딸 하퍼와 채스틴에 대해 임신 초기부터 애정을 주지 않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든 아기들을 떼기 위해 노력했던 베러티.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아기들이 울든말든 귀를 막고 잠을 청하고, 제러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기들을 경쟁자로 인식한다.
시간이 지나 채스틴에게는 어느 정도 애정을 갖게 되지만, 하퍼에게는 이유 모를 증오와 분노를 느끼던 베러티의 마음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출산과 육아가 힘들고 버겁기는 해도 아이 몸에 작은 상처 하나만 생겨도 마음이 아픈 것이 엄마다. 고집을 부리는 아이가 순간 밉다가도 그 울음소리에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할 정도로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런데 베러티는 하퍼를 증오하다 못해 하퍼가 세상을 떠나는 그 자리에서 엄마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고 만다. 아마 엄마들이라면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는 시간 자체가 고통이었을 것이다.
로웬이 제러미와 자아내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더해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는 베러티의 상태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정말 베러티는 어린 아이같은 상태인 것이 맞을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마지막 남은 아이 크루가 전하는 말들이 너무나 의미심장하다. 베러티가 사고에서 회복되었다면 왜 자신의 상태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집 안 곳곳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기척에 내 몸과 마음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야기의 결말은, 어쩌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대로 진행되었지만 그 뒤에 또 한 번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로웬과 베러티 중에 독자들이 안타까워해야 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베러티? 아니면 엄청난 진실을 숨긴 채 '엄마'로서 살아가야 하는 로웬? 어째서 제러미는 베러티를 더 믿지 못했던 것일까. 왜 그렇게 금방 로웬에게 빠져들어버린 걸까. 혹시 아나. 작가가 다 펼치지 못한 작품 속 세상에서는 사실 제러미가 진범일지도.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반전으로 큰 슬픔을 마주한 마음을 다독여본다.
설레면서 긴장되고, 두려우면서도 안타까웠던 스릴러.
**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