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형제들
아민 말루프 지음, 장소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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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대한 경고이자 애정]

 

중년의 만화가 알렉과 단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남긴 소설가 에브. 이 둘은 대서양에 위치한 작은 섬의 유일한 주민이다. 교류 없이 생활하던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통신이 두절되자 어쩔 수 없이 혼자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서로를 마주보기 시작한다. 이 블랙아웃은 뭐지? 세상이 망하기라도 한 걸까? 설마 지구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우리 둘 뿐만 아닐까? 알렉은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이 된 대학시절 친구 모로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 인류가 기이한 방법으로 참사를 피했다는 것을 알았고, 고대 그리스인들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을 만나게 된 사람들. 그 중에는 알렉과 에브가 만난 아가멤논. 그들은 스스로를 '엠페도클레스의 친구들'이라고 부른다.

 

우리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을 지닌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과 인류의 만남. 드넓은 우주에 인간만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영역의 인류의 출현이라니, 그렇다면 그들의 정체는 무엇으로 규정지어야 할까. 신인류? 초능력자? 월등히 앞선 지식을 인간들이 핵무기로 세상을 파괴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데 사용하고 싶어하는 그들은, 정말 인간들을 위해 앞으로 나선 것인가. 이런 저런 의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초대받지 않은 형제들'의 뛰어난 의료기술로 대통령이 회복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섬으로 몰려들고, 알렉조차 그들의 지식을 이용해 젊어지고 성적인 면에서 만족을 얻는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삶. 과연 그들과의 만남은 축복인가 불행인가.

 

지구가 멸망한 뒤의 암울한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는 종종 접해왔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의 후예를 자처하는 이들의 등장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독특했다. 여기에 발달된 지식, 더 나아가 현재의 의학 지식으로는 치료하기 힘든 병들을 거뜬히 낫게 하다니! 영생을 바라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곧 그들은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고 자취를 감춘다. 이미 형제들의 능력을 맛본 사람들에게 닥친 또다른 충격. 인류는 이제 형제들 없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작가는 아무리 좋은 기술로 생명이 연장되어도 인류의 잘못은 반복되고 결국 파멸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경고하는 듯 하다. 핵무기를 비롯한 인류의 생존과 환경을 위협하는 모든 것에 구원의 손길이 내려와도 인간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파멸로 가는 길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이것은 경고이자,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2022년 박경리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더 궁금했던 작가의 이야기. 독특한 소재와 의미있는 메시지로 한국 독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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