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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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흔적을 치우는 일이란 과연 어떨까. 사망한 지 오래되어 부패한 몸에서는 체액이 흘러나오고,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는 데다 악취로 가득찬 방. 상상만 해도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아 몸서리가 처진다.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었고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며 넘겼지만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 세계의 단면을들여다보고나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사명감이나 특별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계속하기 어려운 일. 그들의 눈이 바라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연한 기회로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에서 일하게 된 아사이 와타루. 죽은 자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치우는 일은 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라 해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특히나 생의 목표가 해파리가 되는 청년이라면 더더욱. 큰 고민 없이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삶을 꿈꾸는 와타루의 눈에 매일 상복을 입고 다니는 사사가와는 특이한 인물이다. 볕도 잘 들지 않는 사무실, 직원이라고는 사무를 보는 오동통한 모치즈키씨, 가끔 찾아오는 고양이 카스텔라와 함께 망자들의 삶 속으로 발을 내딛는 와타루. 그는 과연 해파리로서 뼈를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인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사와키의 작업은 죽은 이를 애도하는 절차이자 자신의 아픔을 치료하는 과정과 같다. 누군가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누군가는 함께 산 가족이 세상을 떠난 것도 모른 채 청소를 의뢰하고, 또 누군가는 이미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잊을 결심을 한다. 비정하게도 딸과 함께 동반자살한 엄마도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죽음의 방식 또한 제각각.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하고 공양을 드리는 마음으로 방을 청소하면서 아사이는 인간의 삶을, 사사와키는 죽음의 의미를 차츰차츰 이해하게 된다.

 

누군가가 생을 마감한 공간이 아닌 지나간 나날을 추모하는 과정. 책을 읽다보면 이보다 숭고한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 두렵고 무섭기 때문에 기피하고 싶어지는 죽음이지만, 태어난 이상 우리의 삶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 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지우고 싶은 흔적일지라도 그 사람이 살아왔던 나날은 지워지지 않는 사실. 그 동안 우리는 죽음에서 도망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까.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도망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죽음은 그냥 '점'인 거야. 반대로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도 그냥 '점'인 거지. 중요한 건 그 '점'과 '점'을 묶은 '선'이야. 즉 살아있는 순간을 하나하나 거듭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야.

p338

 

질긴 듯도 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도 한 인간의 생명.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앞에서 생에 대해 생각해보자니 마음 한 구석이 허무해지는 듯도 싶다. 죽으면 끝일텐데-하는 마음과, 죽으면 끝이더라도 마지막 순간 잘 살았다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도록 힘내보자 하는 상반된 생각이 교차된다. 죽음이라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딛고 있는 선 위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는 그 죽음에게도 다정하게 인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라곰>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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