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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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없었다면 저도 동물들을 키웠을까요? 사실 지금의 저로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에요. 결혼하기 전에는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한 번 키워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낳고 돌보다보니 옆지기가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라고 하는 말에도 '뭬야!'라고 버럭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과 동물이 함께 어울리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요? 저도 잘 알죠. 하지만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하루종일 종종거리다 보면, 동물까지 돌보고 싶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아이들 웅꼬 닦는 것도 모자라 동물들 웅꼬까지 신경써야겠어?!' 라며 옆지기를 타박하게 됩니다.

 

무레 요코의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를 읽다보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동물을 키우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세세한 부분을 따지자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겠지만 등장인물들이 반려동물들에게 보이는 사랑과 돌봄, 반려동물들이 떠난 뒤에 겪는 아픔 등은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과 매한가지일 겁니다. 절대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한 저의 입꼬리도 올라가게 만들 정도로 등장하는 고양이와 강아지 모두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그들이 각각의 인물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지켜보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표제작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속 부부의 모습은 바라만 봐도 미소가 저절로 나옵니다. 특히 남편이 너무 귀여워요. 키우던 고양이가 죽자 괜히 승진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평사원으로 고양이 옆에 많이 있어줄 걸 그랬다며 무척 슬퍼합니다. 오히려 부인 쪽이 슬픔도 뒷처리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생활을 이끌어나가죠. '제발 그만 울고 눈 앞에 있는 오코노미야키에 집중해'라는 대사에 왜 그리 웃음이 나던지, 정말 실실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그렇다고 부인 쪽이 고양이를 덜 사랑하거나 한 건 아니에요. 부부가 이렇게 뜻이 맞아 아이에 욕심내지 않고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반려동물과 따스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니, 정말 동화 같은 그림이었어요.

 

<홀아비와 멍멍이>는 또 어떻고요! 아내와 아이로부터 소외되어 살아온 삶을 청산하고-어느 정도는 고지의 탓도 있었지만요-이혼 후 혼자만의 삶을 꾸려가는 고지 앞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심지어 새끼도 낳아요. 반려동물들을 위해서 간식을 마련하고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즐겁게 고민하는 고지를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하마터면 옆지기에게 '우리도 반려동물 한 번 알아볼까'라는 소리를 할 뻔 해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떠나면 어떡하지? 그러면 나 못 살아

p 115

 

중년 자매들이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쌓였던 앙금을 풀고, 아버지를 잃은 노모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행복하게 지내며, 나이 차 많이 나는 부부 사이에서 멍멍이와 고양이가 애정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에게 건네지 못했던 살가운 말들을 강아지들을 향해 던져보고, 소소하게 쌓여 있던 불만을 고양이들을 통해 해소하고, 그들의 죽음에 울고 안타까워하는 반려인으로서의 삶. 아마도 저는 쉽게 경험해볼 수 없는 삶이겠지만, 누군가의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주는 반려동물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소중한 것이겠죠.

 

[카모메 식당]을 통해 무레 요코를 알았는데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등 다수 작품을 통해 어느새 무레 요코의 세계에 천천히 젖어가고 있었네요. 따스함과 기분 좋은 배부름(?) 같은 것이 느껴지는 무레 요코의 작품. 이번에도 그녀가 이끄는 반려동물과의 삶을 한 번 구경해 보십시다아~!!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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