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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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출판사 '내친구의서재'를 애정하는 이유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작품들을 꾸준히 출간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작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그 때만해도 제가 일상 미스터리의 묘미를 잘 몰랐던 탓이랍니다. 그런데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를 만나고 완전 반해버렸어요!!! 세상의 불운이란 불운은 전부 맞닥뜨리는 듯한 여탐정이 보여주는 삶에 대한 관조가 제 마음을 울리고 말았습니다. 성숙한 여형사의 표본이라고 할까요. 일견 단조로운 듯한 문장들 속에서 갑자기 숨이 헉!하고 멎을 것 같은 상황들이 등장하고, 하무라 아키라가 날카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 시리즈, 정말 강추합니다!!

 

제가 이 여탐정 이야기를 살짝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나의 차가운 미스터리] 에도 여탐정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무라 아키라에 비하면 햇병아리에 불과하고 직업도 탐정은 아니지만, 어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드는 모습에서 하무라 아키라가 떠올랐어요. 하무라 아키라가 좀 더 혈기왕성하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여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 그녀가 만나게 된 사건은 기이하면서도 차가운 인간의 내면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작가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와카타케 나나미는 홀로 하코네 여행을 떠났다가 이치조에 다에코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그 누구보다 당차고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인 듯한 이치조에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로 약속한 와카타케에게 들려온 놀라운 소식! 이치조에가 자살을 기도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했다는 것. 그리고 와카타케에게 이치조에가 보낸, 맨 위에 크게 '수기'라고 적힌 원고 뭉치가 도착합니다.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의 통화를 나눴을 뿐 친구라고 할 것도 없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헤치기 위해 와카타케 나나미가 조사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요,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그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어요. 오잉?오어어 소리를 지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체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 탐색해야 했답니다. 이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후반부를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고 할까요! 이치조에 다에코는 정말 자살하려고 한 게 맞는지, 그녀가 보낸 수기 속 '차가움을 간직한 남자'는 과연 누구인지, 다에코가 보낸 수기 속 인물들은 정말 실재하는지 등 궁금증이 가득 생겨나고, 작가는 멋지게 그 질문에 대해 답을 들려줍니다.

 

제목과 작품에 등장하는 '차가움'은 과연 무엇일까요. 남을 해하려는 마음, 어떤 사람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의 부도덕적인 면을 알게 된다 해도 모른 척 하는 것, 그런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부정함을 숨기고 싶어하는 마음,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운'은 어쩐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죠. 일상이 아름답다면 따뜻하다고 표현했을 것이고, 뭔가 통쾌한 일이 벌어진다면 시원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숨어있는 '차가운' 무언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추리소설을 읽고 나면 범인도 드러나고 어딘가 개운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어쩐지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고,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더 보여달라고 작가님에게 조르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후 작가들의 요청에 의해 출간된 [나의 차가운 일상] 이라는데, 이왕이면 아예 <와카타케 나나미> 시리즈를 쭉 이어주실 마음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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