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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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정보를 통해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가 어떤 이야기일지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던 터라, 두근두근 흥미로운 가슴 가득 안고 책을 딱 펼쳤는데!! 초반부터 너무 마음 아픈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페이지를 빨리 넘길 수가 없었다. 부모가 게임센터에 가 있는 동안 차 안에 방치되어 열사병으로 숨진 다섯 살 소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소설에서든 현실에서든 아이들의 죽음에는 유독 예민해졌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기 바로 얼마 전,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홀로 뜨거운 차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아이의 뉴스를 접하고 한동안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읽고 나니 쉽게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런 소녀의 죽음을 지킨 것은 그토록 보고싶어한 엄마가 아니라 검은 털에 호박색 눈을 가진 한 마리의 고양이. 죽어가는 소녀를 지켜보면서 애절한 마음으로 뒷좌석 창문을 발톱으로 긁는 소리가 실제로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그 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민이 가득하다. 그런 그들의 눈 앞에 홀연히 나타나는 '여관'. 그들은 그 곳에서 누구라도 홀릴 것 같은 마성의 오너와 통통한 프론트 직원, 천방지축 똥꼬발랄한 보이, 아일랜드에서 왔다는 요리사 팡구르를 만나며 천상의 음식을 맛보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는다. 그들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갑자기 입이 쫙 찢어지고 동공이 세로로 바뀌며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을. 

 

책 띠지에 '달콤 살벌 다크 판타지'라는 문구가 들어 있어서 처음에는 이들이 그들을 잡아먹는 줄 알고 깜짝 놀랐더랬다. 하지만 이 고양이들이 먹는 것은 인간의 정기. 절망이 클 수록, 몸집이 클 수록 그들에게는 최상의 먹잇감인 듯 현재에 안주해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 어쩔 수 없다며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서 괴로워하는 사람, 어떻게든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사람들만이 이 여관을 찾아갈 수 있다. 아니, 끌려들어가는 것에 가까우려나. 

 

각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여관의 오너가 들려주는 고양이와 관련된 신화와 전설, 동화 같은 이야기다. 프랑스 시인 페로의 <장화 신은 고양이>, 중국 전설에 나오는 '금화묘', 아일랜드에 전해지는 왕국을 다스리는 고양이 요정인 카트시의 왕,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로잔 호수의 고양이 괴물, 고양이를 타고 있는 인도 여신 사슈티 마 등 매번 새로운 고양이 이야기를 만나는 '묘미'가 있다!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에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할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한 번 조사해보고 싶은 기분!

 

왜? 그들은 어째서 이 여관에 모여 인간으로 변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괴롭히는 듯 하면서 옳은 길로 인도하고, 다시 살아갈 희망을 주는 것일까. 그 답은 처음 등장했던, 열사병으로 죽음을 맞은 소녀와 소녀를 살리고 싶었던 고양이에게 있다. 마지막 문장은 특히 감동적이라서 코가 시큰해졌다. 부모도 못해주는 일을 고양이 네가 해주는구나, 나도 모르게 소리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을 정도. 

 

산속에서 이럭저럭 1년이 넘게 방황하는 인간들을 상대하며 느낀 건, 인간은 누구나 어리석고 여리고 약하고 애달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전능한 '우리'는 불완전한 너희들에게 속적없이 끌리고 만다. 

p334

 

혹시 고민이 있나요? 절망에 사로잡혀 있나요? 그렇다면 긴장하세요. 당신 눈 앞에도 어느새 '미아키스'로 가는 샛길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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