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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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외모를 가꾸기 위해 쉬지 않고 자신을 단련하는 아니 파넬리. 뉴욕의 유명 잡지사 에디터라는 멋진 직업, 아름다운 외모, 멋진 약혼자. 그녀는 곧 아니 해리슨 부인이 될 예정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녀에게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연락해오고, 14년 전 모교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취재 의뢰를 받게 된다. '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는 아니. 어떻게든 이 삶을 지켜야 한다는 결단 속에서 흔들리는 아니는 대체 무슨 짓을 벌였던 것일까.

 

과거를 두려워하는 아름다운 여자. 그렇다면 으레 떠올릴 수 있는 일은 학교폭력, 왕따 주동자 같은 일일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한 일도 상상할 수 있겠다. 나도 너무나 완벽해보이는 아니가 의심스러워서, 분명 과거의 잘못으로 현재를 잃게 될까 두려워 다시 한 번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라고 생각했다.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누구라도 해치울 것이다'라는 홍보문구까지 보고 나니, 아니는 틀림없이 가해자! 라고 여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해. 안타깝게도 아니는 집단 성폭행의 피해자였다. 기독교 학교를 다니다가 가벼운 사고를 내고 전학을 간 곳은 브래들리. 10대의 여학생, 그것도 전학생이 거쳐야 할 관문은 혹독했다. 이미 형성된 무리 안에서 자신과 어울려 줄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과정은, 역시 10대 소녀로 청소년기를 거친 내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쁜 일이라는 자각이 없었던 것일까, 그도 아니면 같은 남학생 무리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를 고통스럽게 만들고도 하하호호 웃으며 멀쩡히 학교를 다니는 그들 속에서 아니는 오직 아서의 관용에 의지해 숨 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찾아온 일상의 균열. 그 지옥같은 현장 속에서 아니가 선택한 것은 오히려 아니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루크와의 약혼은 전혀 아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 관계에 매달리는 아니를 보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연민이 솟아올랐다. 답답하기도 했다. 당신은 그렇게도 멋진 여성인데 어째서 루크에게 그렇게 매달리느냐고. 왜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다행히 결혼과 인터뷰 양쪽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아니를 보면서 이것은 심리 스릴러가 아니라 아니의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과거에서 벗어나 어떻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어째서 이 작품을 '심리 스릴러'로 소개했는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의 갈등과 괴로움을 무척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니에 비해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이자 14년 전 일어난 일의 피해자이기도 한 딘의 행태는 나조차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어서, 아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혼내줘야지, 어떻게든 딘이 값을 치르게 해줘야지! 라는 나의 응원에 답하는 듯 아니의 그 다음 행보는 너무나 후련하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술술 흘러가는 작품. 읽다보면 어느 새 아니를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놀>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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