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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하트
온다 리쿠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온다리쿠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다. 작년 <밤의 피크닉>과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으면서 다른 작가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몽롱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 후로는 국내에 나오는 책은 물론, 원서까지 사 모으고 있는 마당이니 이 정도면 팬이라고 말해도 되지 싶다. 그런 그녀의 신간 <라이온하트>가 출간되었다. 前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연애소설이란다. 선전문구 또한 -그녀가 그리면 로맨스도 미스터리가 된다!!-라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그녀가 그리는 미스터리한 로맨스는 어떤 맛일지 온다 여사의 책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읽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나는 환생을 비롯해 사람들과 맺어진 인연의 끈을 믿는다.(내 종교와 관계없이) 유독 데자뷰 현상을 많이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인연 속에서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도 만난다. 무수한 인파 속에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걸린 언덕에서, 한 번은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또는 대학교수와 기자로.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짧기만 하고, 짧아서 더욱 애틋하고 애잔하다.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이들의 사랑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적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한 번 만나 찰나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평생을 찾아 헤맨다.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다림, 사랑.. 어쩌면 그들의 사랑에는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돌고 돌고 돌아서 결국에는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사랑"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나온 온다 여사의 작품 속 분위기를 상상한다면 실망하는 분들이 적잖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던 온다 여사의 몽롱한 분위기라든지, 닿을 듯 말듯, 건드릴 듯 건드리지 않는 묘사해내던 인간의 심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찾아헤매는 연인들만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재미있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온다 리쿠라는 점, 시공을 초월한 사랑은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에게마저도 매력적이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책 표지를 벗겨내면 은은한 바이올렛 빛깔이 빛을 발한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빛깔이 이리 고우면서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꿈을 꿀 나이는 지났음에도 나는 다시 한 번 영원한 사랑을 꿈 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