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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하고 나니 아이들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씻기고 밥 먹이고 바로 재우기도 했어요. 물론 중간중간 아이들끼리의 소소한 놀이 시간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무언가'에는 각종 이런 저런 활동들이 들어 있었죠. 가베, 워크북, 여러 가지 교구 활동. 그런 활동들을 휴직 때처럼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저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지금 그나마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한글 그림책 읽기, 영어 그림책 읽기, 영어 영상 보기, 영어 노래 듣기 정도인데요, 사실 영어와 관련된 것들 중 영어 그림책 읽기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영어 영상은 보통 저녁 식사 시간에 틀어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영어 듣기 2시간(나름대로 정한 시간) 의 시간을 충족시키기가 힘들더라고요.
세 살 즈음 영어 거부 현상을 보였던 첫째 아이는 코로나로 저와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그 때 인터넷으로 영어 플젝에 참여하면서 하루 종일 바바파파 관련 음원을 주구장창 들었는데, 그게 좋았나 봐요. 지금은 영어 영상도 곧잘 보고, 책도 보고, 유치원에서 파닉스도 배우고 있고, 인터넷 프로그램도 신청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혼자 영어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정도로도 무척 만족해요. 어쨌거나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다만, 제가 영어 그림책을 읽는 비중이 줄어들어서 그 점이 좀 걸립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다시 영어 그림책 열심히 읽어줘야겠다는 다짐이 싹트네요!
아이가 빨리 영어책을 홀로 읽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리딩에 대한 교육서는 읽어왔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영어 교육 안에서 하나의 파트로 다룬 '읽기 방법'이었을 뿐, [영어 읽기 독립 로드맵]이라는 제목이 걸린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음이 급하지는 않지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정작 필요할 때 허둥대고 싶지 않아서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요, '읽기 독립'에 있어 체계적으로 제시해주는 방법들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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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읽기 4단계 로드맵'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전에 우리 엄마들에게 장착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의지입니다. 이것은 어느 책에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여기에 단계별 팁을 알려주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 지 정리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추천 그림책 목록과 영어 인풋을 위해 유용한 사이트와 방법 등도 나와 있는데요, 제가 인상깊게 본 부분은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이끌어내는 방법>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아이의 아웃풋이 기대는 되니까요. 다행히(?) 저자가 가지고 있는 책이 저희집에도 있어서 묵은지가 되어 있는 책들을 이제는 꺼내봐야겠다며 다시 의지를 불태워봅니다.
중고등학교 때 국어와 영어가 끔찍이 싫어 공대에 갔지만 쌍둥이의 엄마가 되어 고군분투 했다는 저자. 그래서인지 더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책인 것 같습니다. 원래 잘했던 사람이 아니라 힘들었던 사람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니까요. 복직을 핑계 삼아 조금은 게을러졌던 저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저도 다시 시작해봐야겠어요!!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사람in>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