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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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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식민지로서 독일과의 전쟁에 참전한 세네갈의 청년 알파 니아이. 그는 친구 마뎀바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를 죽인 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적군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결코 전쟁 중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살상이 아니라 살육이라 부를만한 것. 배가 열려 내장을 모두 쏟은 채 죽은 친구의 모습 그대로 한 번에 오직 한 명의 병사만 살육해요. 그러고는 죽은 병사의 손을 잘라 자신의 참호로 되돌아오죠. 아군들은 처음에는 그런 그의 모습을 용맹하고 대단하다며 칭송하지만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그를 악마, 마법사라 부르며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작품은 마치 한편의 시처럼, 혹은 고대시대의 노래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그 안에는 니아이의 절망과 분노가 가득 담겨 있어요. 그런 내용들이 차라리 울분에 찬 절규처럼 들렸다면 좀 덜 무서웠을텐데, 마치 그가 바로 옆에서 나직하게 읊조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몸서리가 처졌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후회로 가득 차 있어요. 고통스러워하는 마뎀바가 자신을 죽여달라 간청했을 때 어째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는지, 어째서 그의 토템을 놀림거리로 삼아 마뎀바가 전투에서 맨 앞에서 달려나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자책과 후회를 못이기고 결국 잔인한 악마처럼 변해버린 니아이는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 덤덤하게 바라보는 듯 합니다.
개인으로는 알파 니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시대적으로는 제국주의로 인해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조국이 식민지가 된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침략국인 프랑스를 위해 나가서 싸워야 하다니요. 게다가 충격적인 것은 도망치려는 병사들을 응징하는 아르망 대위의 모습이었습니다. 두 손을 묶은 상태로 참호 밖으로 달려나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모습은 과연 니아이가 악마인지 그가 악마인지 우열을 가리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전쟁 연금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병사들을 보면서,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무자비해질 수 있는지, 생명의 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참담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2021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입니다. 이 상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작품 속에 끌려들어가는 흡입력, 시같은 언어, 작품 속 메시지들을 생각하다보면 무슨 상이라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그의 목소리가 가슴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희담>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