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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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두 주인공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알싸해집니다. 특히 가미야 도루가 히노 마오리에게 보여 준 사랑의 깊이에는 아직도 감탄해요. 고작 고등학생이,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현실의 고등학생들도 과연 도루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할까. 현실에서 제가 마주하는 고등학생들은 너무나 아기아기한데, 제가 그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는 것일까요. 초반에는 내가 읽기에는 좀 유치하지 않나 했지만 어느 순간 빠져들었던 이야기. 그 사랑의 향기를 속편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히노 마오리의 절친이었던 와타야 이즈미의 사연을 다룹니다. 전편에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이즈미도 도루를 좋아했었나 봐요. 하긴, 이 나이의 제가 봐도 도루는 멋진 남자니까요. 10대라면 날 듯한 남자 호르몬 냄새가 아니라, 청량한 비누 냄새가 날 것 같은 남자. 어지간한 집안일까지 거뜬히 해내는 고등학생이 어디 흔한가요. 게다가 마오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자기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도루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즈미의 마음이 도루를 향한 것도 당연해요. 그러니, 도루가 그렇게 되었으니, 이즈미의 마음에도 큰 상처가 남을 수 밖에요. 

 

그런 이즈미를 한 남학생이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도루를 닮아 다정하고, 착하고, 오직 이즈미만을 바라봐주는 너무나 좋은 후배, 나루세. 하지만 이즈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도루를 향한 마음이 가득하고, 그녀는 영원히 그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그 누구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자신을 향해 수줍게 고백하는 나루세에게 이즈미는 예전 마오리가 도루에게 내걸었던 조건을 들이밉니다. 사귀어도 좋지만, 절대로 자신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캬~이 조건을 또 나루세가 받아들여요. 게다가 그저 순진하고 착한 줄로만 알았던 나루세는, 이즈미가 도루를 향한 마음을 잃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주기까지 합니다.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사랑,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못해도 이제는 더는 닿을 수조차 없는 사랑. 상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괴로운 것인지 정확히 깨닫지조차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즈미의 마음의 문을 톡톡 두드린 나루세 역시 도루만큼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이즈미 마음 속에 존재하는 도루의 존재까지 인정해주다니, 배포 하나는 정말 엄지 척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도 시간은 흘러가고, 남은 사람은 마음 아파도 어쨌든 살아갈 수밖에 없겠죠. 남은 사람의 괴로움, 그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작품입니다. 마오리와 도루의 애잔한 사랑만큼이나 깊은 여운을 주는 이즈미의 해바라기 사랑. 이 이야기도 역시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도 마오리와 도루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바람이 있다면 3편이 나와서 마오리가 부디 도루를 기억하게 되기를, 그리하여 마오리 또한 슬프지만 사랑받았던 행복한 기억을 간직한 채 힘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스튜디오오드리> 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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