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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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뭐 이렇게 시끄러운 이야기가 다 있나 싶다. 활자를 읽는데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환청인 것일까, 내가 드디어 책을 너무 읽어 이제는 현실과 소설도 구별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시끌시끌하다. 현실에서는 소음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인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꼭 익히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친근해진다. 무슨 사람들이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조용한 사람이 읎어. 심지어 스포츠코트의 아내 헤티는 죽어서도 유령으로 나타나 스포츠코트와 대화를 나눈다. 현실에서 스포츠코트(물론 별명이다) 같은 사람이 있다면 '미쳤네, 미쳤어, 쯧쯧!' 하며 지나갈 법한데, 그를 바라보는 이웃들의 눈은 그저 ' 또 시작이구나'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술을 조금 많이 마시고 헤티와 대화를 나누던 것일 뿐, 인간적으로 큰 결함은 없었던 그런 스포츠코트가 젊은 마약상 딤즈를 향해 총을 쏘았다. 1969년 9월, 브루클린의 '커즈 하우스'라 불리는 주택단지의 광장 한복판에서. 어렸을 때는 개구쟁이었을지언정 제법 똘똘했던 딤즈는 야구도 곧잘 했고, 스포츠코트는 그런 딤즈의 코치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딤즈에게 총을 쏘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단지 안이 아주 난리가 났다. 그의 오랜 친구 핫소시지는 어서 도망가라며 재촉하지만, 사람을 미치고 팔딱 뛰게 만드는 것은 정작 스포츠코트는 총을 쏜 기억이 없다는 것. 어라? 설마 스포츠코트가 치매인가? 그래서 죽은 헤티가 보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인가! 

 

스포츠코트의 총격 사건과 함께 이야기의 미스터리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모금한 교회 상자가 없어진 것. 죽기 전까지 헤티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죽음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모금함. 자기도 모르는 새 요리조리 경찰을 피해다니게 된 모양이 된 스포츠코트를 비롯, 이탈리아 갱단과, 폭력배, 마약 딜러,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틴계 주민들, 백인 이웃과 지역 경찰 등이 얽혀 난장판이면서도 어쩐지 따스한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처음에는 그저 시끄럽게 떠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주민들이지만 그 수만큼의 사연들이 또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들 속에는 그 시대의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회가 녹여져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격하게 논하거나 울분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담백하게 풀어놓는 점이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까. 주민들의 이야기는 그저 자신들의 사연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에 대한 맞장구처럼 여겨진다. 

 

읽다보면 어느새 살짝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 1960년대 말, '커즈 하우스'에 서로가 서로를 감싸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딤즈에게 총을 쏜 스포츠코트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인생의 애환과 연민에 대해 느껴보고 싶다면 이 마법사같은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시라!!

 

**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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