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메토스의 전작인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의 후속작인 [크림슨 레이크 로드]. 후속작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는 전편의 결말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전편을 읽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이므로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연방검사인 제시카 야들리의 딸 타라와 관계 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사건도 사건이나 타라가 이후 보일 행보, 제시카와 타라의 관계 변화 등이 궁금해서 다음 이야기가 어서 출간되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삶에 대한 피로감, 검사직에 대한 회의로 인해 사직서를 낸 후 작은 사무소라도 낼 계획인 제시카 야들리. 퇴직을 앞둔 그녀 앞에 그림과 관련된 또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앞을 가로막는다. 사프롱이라는 작가의 <밤의 사물들>이라는 연작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살인사건. 무엇보다 '연작'이라는 점에서 제시카는 범인이 절대 중간에 멈추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인 안젤라 리버가 극적으로 생명을 구하고, 그녀의 애인인 재커리가 범인으로 몰리면서 제시카는 전남편인 에디 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과거 때문이었을까. 안젤라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재커리를 범인이라 확정짓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과연 그가 진범일까. 아니면 '증거'라는 함정에 빠져 누군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편과 마찬가지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세밀하고 계획적이다. 마치 계단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 제시카가 기소를 준비하는 과정, 법정 묘사의 자세함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의 진행과정에 자신 또한 참여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타라가 제시카에게 뭔가를 숨기는 듯한 설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높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타라가 혹시라도 에디와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에디의 능란한 말솜씨에 걸려들어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기분으로 지켜봤던 이번 작품. 시리즈가 나온다면 아마 마지막은 타라와 에디의 대결로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딱콩 때려주고 싶었던 인물이 과연 등장해야 했는가, 왜 볼드윈이 엉뚱한 (연애의) 길로 나아가는가, 그리고 번역이었습니다. 전편을 읽으면서는 번역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문장을 읽는데 미묘하게 자꾸 걸리더라고요. 제가 번역종사자도 아니고 번역해주시는 분들의 노고에 항상 무한한 감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그저 독자로서 살짝 느꼈던 부분. 그래서 요 부분은 존댓말로 써봅니다. 헤헷.
결말 부분을 좀 잔인하게 느끼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쩌면 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선택. 사법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시리즈로서의 매력도 있고, 분명 타라와 에디가 한번은 제대로 전쟁을 할 것 같아 결말이 어떻게 될지 기대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키멜리움>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