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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시체. 저는 당연히 죽은 사람이 톰 피츠윌리엄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안에서 그가 보이는 행적이 영 껄끄럽거든요.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다정한 것이 아니라 뭔가 숨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듯한 인상이었던 데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조이에게 보내는 추파가 그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여기게 했습니다. 그래서 범행현장을 보자마자 '이건 치정이다!' 라고 가정하고 읽기 시작했어요.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요. 그렇게 시작한 덕분에 저에게 피해자는 톰이었고, 가해자는 조이나 그녀의 남편인 앨피, 혹은 톰의 아내로 한정지어졌습니다. 과연 이 중 피해자는 누구이고 범인은 누구였을까요.
'엿보는' 마을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주시합니다. 제나의 엄마는 예전 휴가지에서 톰 피츠윌리엄과 그를 비난하는 묘령의 여성을 본 적이 있다며, 그 때의 톰을 알고 있는 자신을 그가 스토킹한다며 공포에 떱니다. 제나는 엄마의 말이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면서도 설명할 수 없이 불쾌한 톰의 눈빛을 잊을 수 없죠. 톰의 아들 프레디 역시 마을로 이사오고 난 뒤부터 사람들을 지켜봅니다. 심지어 사진까지 찍어 일지 비슷한 것을 만들어놓고 급기야는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염탐하고 선물까지 전달해요. 남편 앨피와 함께 오빠 부부네 집에 사는 조이는 어떻고요. 그녀는 톰을 향한 이상하리만치 강렬한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유혹하는 데다, 마지막 선을 넘기 위해 약속장소인 호텔로 향합니다.
대체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어두운 물 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봐도 잡을 수 없는 것처럼요. 이 중에 정상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하는가, 그것마저 의심스러웠어요. 당연히 치정 복수극이라 생각했던 사건은 피해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부터 미궁으로 빠지고, 내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쩌면 비뚫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은 작가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전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은 마음 아팠고, 끝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에서 또 다른 무언가가 튀어나왔을 때는 깜짝 놀라며 소름이 돋았어요.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슉슉 넘어갔던 책장. 말 그대로 작품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궁금증이 강하고 비밀에 약한 저같은 사람을 겨냥한 작품인 것 같아요. '후더닛'의 재미란 이런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한스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