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중학교 때부터 봐 왔던 CSI는 한창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흥미(?)로운 소재였다. 죽은 시체를 검시하고, 조사하고,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누구나 한 번씩 겪게 되는 죽음이 주제였고, 죽음 뒤에는 항상 사연이 있었다. 그 죽음의 원인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학창시절에는 다른 친구들과 '우리 나중에 꼭 미국가서 꼭 CSI나 FBI에 들어가자!!'라는 어처구니 없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나는 아직도 CSI의 스핀오프 시리즈의 각 특징을 비교하는 쏠쏠한 재미를 만끽하는 팬이다.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중세 케임브리지에서 네 명의 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첫번째 희생자 아이에게서 십자가에 못박혔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그 곳에 살던 유대인들에게 살인혐의가 씌워지고 광기에 싸인 폭도들에게 몰살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주인공 아델리아-배수비아 아델리아 라헬 오르테즈 아길라-가 유대인인 조정자 시몬과 아라비아인 만수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다. 그녀는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 온 죽은 자들을 위한 의사, 주로 검시를 하는 의사였다. 희생된 아이들의 시체를 검시하여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살인자를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살인이 뒤따르고, 사건은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그대들의 목소리로 말할 수 없는 것을 그대들의 살과 뼈가 말하도록 허락해 주기를..-
 
*중세를 알고 보면..
이 책의 배경은 중세, 십자군전쟁이 막 끝난 직후이다. 십자군전쟁은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전후 8회에 걸쳐 감행한 대원정이었다. 중세는 신 중심주의, 내세주의, 금욕주의를 내세웠던만큼 종교에 있어서도 엄격했으며, 왕보다 교황이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으며, 오직 하느님의 이름 안에서만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교도들은 반드시 처단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간주되었다. 그러나 그 종교는 타락하여, 심지어 수도원에서는 희생된 어린아이를 성자로 추대해 돈벌이를 하고 있을 정도다. 책 속에 나타난 교회의 세속화와 뻔뻔스러움이란..그런 상황에 나타난 아델리아와 시몬과 만수르는 사건의 해결을 알림과 동시에 다른 문화와의 융화의 시작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다.
 
* 매력남, 친절남을 조심하라??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범죄가 있다면 그것은 어린아이와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공격한다는 것은 그보다 강한 존재에 맞설 수 없는 비겁함과 나약함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예전 뉴스에도 등장했던, 성추행범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친절함을 가장하여 가장 무서운 지옥을 보여주는 인간..인간의 어느 곳에 그런 추악한 마음이 숨어있는 것인지. .과연 그것이 본성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인지..때때로, 아니 절대적으로 인간은 그 어떤 생물보다 잔인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는 사람을 먼저 의심부터 해야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깝다.
 
어떤 책이든지 읽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특히 이 책은 매우 심했다. 살인과 종교, 인간의 잔인함이 마구 뒤엉켜서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했고, 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스쳐지나갔고, 스토리라인 또한 빈틈없이 탄탄해서 555페이지나 되는 양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주인공 아델리아의 로맨스적 요소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버무려져 있고,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에 대한 응징 또한 섬뜩하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뗄 수 없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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