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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비밀요원과 힘세고 튼튼한 경찰 콤비 출격!!]
하루에 3분 동안만 자신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 3분의 시간동안 여자가 하는 일은 자살을 생각하는 것. 어떤 방법으로 자살할 지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여성의 집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는, 그다지 정의롭지는 않지만 또 그다지 나쁘지만도 않은 경찰 존 구티에레스입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존에게 멘토르라는 사람이 찾아와 그녀를 집 밖으로 꺼내 차에 태워주면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조건을 건 거죠. 첫만남부터 그녀, 안토니아 스콧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직감한 존. 결국 안토니아를 차에 태워 어딘가로 향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소년의 시체가 발견된 저택. 유럽 최대 은행 총재의 어린 아들이었던 소년이 납치된 후 시체로 돌아온 것인데, 이후 스페인 대부호의 딸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범인에게 협박 전화를 받았으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부모들. 납치범이자 살인범이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기에 부모들은 두려움에 떨며 입을 닫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안토니아 스콧은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천재. 유럽 연합의 각 국가에 있는 중앙 부서 및 특수 단위를 결성하기 위해 특별한 사람을 모색하던 집단의 눈에 띤 것이죠.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한 번의 답변으로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낸 안토니아. 제가 그녀를 지켜본 감상은 마치 '슈퍼컴퓨터'같다는 것이었어요. 그저 상황을 본 것만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팀의 '붉은 여왕'으로서 활약해야 하는그녀가 자살을 생각한 이유는 가족에게 닥친 비극과 연관이 있는데요, 3년 전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아들과도 떨어져 지내는 데다 남편 마르코스가 병원에 누워 있기 때문입니다.
영미 스릴러와 북유럽 스릴러에 익숙해져 있던 제가 스페인 스릴러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는데요, 예전에도 읽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때는 스릴러치고는 좀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었어요. 이름도 익숙하지 않고 뭔가 으스스하고 기괴한 느낌인 것이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안토니아가 등장하는 이번 작품은 가독성도 좋고, 인물들 간의 합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음청 속시원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조금 답답한 부분도 나오지만, 결말 부분에서 안토니아와 존의 결합이 더욱 견고해지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드라마에서 본 사건이 시작될 때 '두둥!'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것처럼, 마지막 부분에서 제가 그 '두둥'을 들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안토니아를 불행에 빠트린 그 범인을 다음 작품에서는 붙잡을 수 있으려나요.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 요원 안토니아와 성질은 좀 더러워보여도 정감 있는 형사 존의 콤비 플레이. 사실 저는 이번 작품보다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요. 안토니아의 진정한 능력이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시월이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