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녀들이 뭉쳤다!!

비웃는 숙녀 두 사람 ㅣ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5월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를 '이야미스'라고 하는 듯 합니다. 일본어에서 '싫다'는 의미를 가진 'いや'와 미스터리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예요. '이야미스'라고 하니 전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제가 이 작가를 처음 알게해 준 작품이자, 읽고 나서는 다시는 이 사람의 책은 읽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정도로 정말 기분 나쁜 작품이었거든요. 그 때는 이렇게 시치리 월드에 푹 빠질 줄 몰라서 책장에 꽂아두지도 않고 조만간 치워버려야겠다!-고 결심까지 했었답니다. 그런 작가의 대표적인 '이야미스' 작품은 아마도 이 <비웃는 숙녀> 시리즈가 아닐까 싶어요. 

[비웃는 숙녀]와 [다시 비웃는 숙녀]의 강렬함보다 더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하기라도 한 듯, 이번에는 전작들보다 굉장한 조합을 보여줍니다. <비웃는 숙녀> 시리즈를 이끌어 온 가모우 미치루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 우도 사유리가 뭉쳤거든요! 그녀들이 한 팀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져오는데요, 이미 '이야미스'를 접해보신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이 장르의 작품은 읽은 뒤에 통쾌함이나 사건 해결로 인한 뿌듯함 같은 것보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잖아요. 두 사람이 팀이 되어 움직인다니, 엄청난 '이야'가 추측됩니다!

특급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동창회 자리에서 터진 폭탄, 관광 버스 안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무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학교에서 일어난 방화사건과 그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 헬스장에서 일어난 폭탄 사고. 대형 인명 피해로 번진 각각의 사건들 속에서 숫자 '1'에서 '4'가 쓰여진 카드를 손에 쥔 시체들이 발견되고, 경찰은 그 인물들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려고 애쓰지만 그 어떤 접점도 찾아내지 못합니다. 안타까움과 분노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찰들이 짐작하는 범인은 우도 사유리. 하지만 그녀만의 단독 범행이라 하기에는 수법이 너무 다르죠. 과연 우도 사유리와 가모우 미치루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것일까요!

대체 번호판을 쥐고 있는 인물들은 무슨 이유로 범행의 목표가 된 것인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작가의 분신인양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준 아소 반장의 발뒤꿈치는 못따라갔던 것 같아요. 가모우 미치루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를 토대로 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본 반장. 어우, 저는 아무리 이 가모우 미치루의 심리를 이해해보려고 해도 능력 밖인 것 같아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인물이 있을 수 있는지, 짐작도 되지 않고 그 심리를 간접경험도 해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가모우 미치루가 드디어 잡히나! 했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음 편에는 가모우 미치루가 좀 괴로워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오랜만에 만난 미코시바와 그가 펼치는 논리 덕분에 잠시나마 '이야'가 아니었던 이야기였습니다!

** <블루홀식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