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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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에 따라 '소년A'로만 보도되었던 잔혹한 살인사건의 범인. 그는 고작 중학생의 나이로 아홉 살 소녀를 살해하고 안구를 적출합니다. 뿐인가요. 그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했죠.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범인이, 중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 없이 의료소년원에서 보호조치 되었다는 것은 또다른 상처로 다가왔을 겁니다. 아니, 상처라는 말로는 부족할만큼 엄청난 고통이었을 거예요. 저는, 상상만으로도,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 사적인 보복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장면이 찍힌 스너프 필름이 20년이 지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라옵니다. 촉법 소년 페지여론을 들끓게 한 20년 전의 사건으로 세상은 또다시 시끄러워지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요. 과연 누가 이 영상을 경매 사이트에 올렸는가. 전 그 사람도 무서웠지만 그런 영상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더 큰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이, 누군가의 슬픔이 다른 이에게는 쾌락의 원천이 되는 세상. 여기가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 맞나요. 

 

소년 A는 자기애를 채우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고, 출판사는 돈을 벌기 위해 기사를 냈고, 독자는 호기심과 구경꾼 기질을 채우기 위해 그 기사를 읽지. 저마다 추한 욕망을 채우는 셈이야. 

p168

 

촉법소년과 소년법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도 두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라면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대해 여러 경우의 수를 떠올려 본 적은 있어도 피의자가 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고 싶지 않을 텐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이런저런 염려가 들어요. 얼마 전에는 유치원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같은 반 여자아이를 성추행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여자아이 쪽 부모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남자아이 쪽 부모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명치 쪽이 답답해지더라고요. 아이가 부모의 잘못된 점을 보고 자라서 그렇다는 댓글부터 시작해서 만5세인 남자아이를 미래의 성범죄자로 몰아가는 댓글들까지 읽고 나니 숨이 턱 막혔습니다. 어쩌면 제가 남자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니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며 저 또한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 기사를 읽은 후부터 부쩍 예민해져서 아이들에게 시시때때로 주의를 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매일매일이 참 염려스러워요. 

 

아이가 저지른 범죄에서 부모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하기에 부모인 것이겠죠. 조금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저와 옆지기 또한 백배 사죄할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살해당한 아이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데 살해한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니, 그런 불공평은 용납할 수 없어'라는 작품 속 문장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인 것이 나은가, 가해자인 것이 나은가를 두고 깊은 고뇌에 빠진 인물이 등장했던 시즈쿠이 슈스케 작가의 [염원]이 또 떠오르네요. 

 

죄를 저지른 소년이 갱생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 가족의 입장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고, 피의자 가족의 입장이라면 두 손 모아 기도하듯 하고 싶은 말일 겁니다. 답이 없는 이야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지 삼아 이 세상을 걸어가야 할까요. 개운하지 않은 결말로 마음이 무겁지만, 단 한 가지.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주리라 다짐하며 아이들을 품에 꼭 안아봅니다.

 

**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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