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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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정말 열심히 들었던 수업 중 하나가 바로 신병주 교수님 수업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총 3시간의 강의. 어느 때는 1시간 반 정도 후 휴식 시간을 가지기도 했지만, 어느 때는 3시간을 연달아 강의를 들은 적도 있었어요. 필기하느라 팔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느낌에 힘에 부친 적도 있었으나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강의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벅찹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도 신병주 교수님 책을 챙겨보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때의 시간이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우리 역사 속 전염병] 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고, 또 여전히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만큼 누구에게나 솔깃한 주제일 거라 생각해요. 저는 코로나 확진되고 격리 끝난지 한참 되었는데 롱코비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이번 주제가 남일처럼 여겨지지 않았어요. 과연 조선 시대에는 어떤 전염병이 유행했고, 어떻게 격리했으며, 어떤 식으로 고난의 시간을 견뎌냈을지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염병에 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원전15년 백제 온조왕 4년의 일이고, <조선왕조실록>에는 60여 종 이상의 역병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단행하면서 주장한 '4불가지론' 중에도 '전염병의 유행'이 포함되어 있고, 백성들이 전쟁보다 전염병을 더 두려워했다는 것이 <현종실록>에도 실려 있어요. 전염병이 유행하면 격리는 기본이고 굿을 하거나 역신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답니다. 조선시대 유행한 전염병의 흔적이 오늘날 유행어로도 남아있는데, '학을 떼다', '염병'이라는 단어들이 그 예입니다.


16세기 선비 이문건이 남긴 <양아록>은 육아일기 겸 병상일지입니다. 자식들을 전염병으로 잃거나 불구가 된 자식을 두었던 그가 손자를 얻은 기쁨, 할아버지로서 손자를 양육하는 보람과 아픈 손자를 지켜보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천연두와 홍역에 걸린 손자의 모습, 병의 경과 등이 기술되어 있어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어요.


전염병에 맞섰던 의료기관으로 존재했던 내의원과 혜민서, 활인서,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에 관한 기록들도 흥미진진하고 생각보다 체계적이었던 의녀교육, 신의로 불리는 허준과 그의 유명저서인 <동의보감>, 정약용이 쓴 <마과회통>에 담긴 홍역의 정의와 분류, 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과 시기별 전염병의 유행까지!! 그야말로 전염병의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좋을 내용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조선에도 콜레라가 유행했다는 부분은 새삼 놀라웠네요. 콜레라-하면 어쩐지 서양 전염병 같은데, 아무래도 교역이 있었던만큼 콜레라도 돌았겠죠. 시작은 역시 중국. 개항 이후에는 해외에서 온 선원에 의해 전파되기도 했는데 1895년 조선 최초의 양의사 중 한명인 에비슨이 콜레라 예방을 위해 손을 씻으라고 강조하는 공고문을 붙이도록 한 덕분에 위생관념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병의 발생과 함께 인식하게 된 위생에 대한 자각. 이렇게 병과 함께 인류가 발전하기도 하나봅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흔히,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죠. 우리 조상들이 어떤 전염병을 겪었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아가는 것은 큰 자산이 될 것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같은 길을 걷지는 않더라도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 등은 이어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선통이라 불리셔도 손색이 없을 신병주 교수님의 책, 이번에도 역시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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