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유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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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하고 거의 두 달. 그 동안 책을 거의 읽지 못했습니다. 휴직기간에는 마음만 먹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루에 한 권은 거뜬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권 읽기도 벅차요. 퇴근하고 아이들 저녁 챙기고 씻기고 노는 것, 워크북 하는 것 좀 들여다보고 있으면 금방 10시.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 기상 시간도 빨라져 서둘러 불을 끄고 나면 기절하듯 잠이 듭니다. 요즘 혼자만의 시간은 잠자는 시간 뿐, 그 시간마저도 저는 모르게 훌쩍 지나가 버리네요. 

 

그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것은 주로 장르소설인데요, 그 중에서도 술술 읽히는 책을 만나기란 또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런저런 일로 복잡한 저의 머릿속을 정리해주는 듯 했던 작품은 니시무라 교타로의 [화려한 유괴]입니다. 90세가 넘은 나이까지 작품 활동을 하다가 얼마 전 3월 투병 중 세상을 떠나셨죠. 작가님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읽은 적은 없는데, 막상 [화려한 유괴]를 읽어보니 또 엄청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기분에 무척 안타까웠어요. 

 

사건은 블루 라이언스라는 조직의 협박 전화로 시작됩니다. IQ 150을 내세우며 대담하게도 일본 전국민을 납치했다는 이들은 총리에게 연락을 취해 인질을 위해 5천억엔을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떤 찻집에서 평화롭게 차를 마시고 있던 커플이 설탕 통에 들어있던 청산가리를 먹고 사망했다는 기사.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천재 명탐정 사몬지 스스무와 아내 후미코는 경찰로부터 은밀히 움직여달라는 사건의뢰를 받고, 이 범죄 집단의 뒤를 조사하기 시작하죠. 절대 블루 라이언스에게 굴할 수 없다는 총리의 강경책으로 전국 각지에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궁지에 몰린 경찰과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국민들. 급기야 블루 라이언스의 요구에 의해  '평화와 완전' 이라는 와펜을 찬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찰과 정부의 무능력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져요. 자, 우리의 탐정님 사몬지는 이 사건을 과연 어떻게 해결해나갈까요!

 

엄청난 속도감과 참신함을 갖춘 요즘 미스터리나 스릴러와는 결이 다른 작품입니다. 고전추리, 클래식함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사몬지의 사건 해결에 감탄하게 되실 거예요. 자신의 사무실에서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구는 사몬지이지만 그 태도가 전혀 허세스럽지 않고, 오히려 앉은 자리에서 블루 라이언스의 의도와 그들의 계획이 가지고 있는 맹점을 파악한 그가 무척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무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논리 하나로 격파해내다니, 이런 탐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복직에 코로나 확진으로 그 동안 독서 침체기였는데 이 작품으로 긴긴 터널을 통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재미난 책들과 조금이라도 일상탈출 해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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