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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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속한 농림수상선 내에서 자산 세탁과 자금 축적, 비자금 조성을 맡은 혐의로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 고바 게이타. 본래 원하던 대학과 직장을 얻지 못하고 늘 쓴맛을 봤던 고바였지만 그에게도 일농에서의 좌절은 뼈아픈 것이었다. 어찌어찌 추스려 현재는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고바에게 수입식품 도매업이 본업인 마시모 조르지아니가 개인적인 연락을 취해온다. 자신의 아들을 자살로 내몬 부시 정권과 이탈리아 정부 내 친미파에게 복수하기 위해 고바를 이용하려는 마시모. 그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홍콩의 은행에서 반출되는 플로피 디스켓과 서류를 탈취해 올 것을 의뢰한다. 고바에게 허락된 대답은 하나 뿐.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오는 마시모의 압박에 결국 그의 제안을 승낙하고 홍콩으로 떠난 고바 앞에는 실로 험난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머더스]를 통해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또 다른 폭력을 이용해야했던 이들의 이야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나가우라 교. 이번에는 홍콩을 배경으로 마치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스피디한 전개와 감각적인 전개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범한 것은 물론 일본의 전직 관료로서 '실패'라는 늪에 한 발을 담그고 있던 고바가, 거대한 음모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가는가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마시모가 편성한 팀의 일원은 전부 인생의 고비를 지나온 사람들. 현실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과연 이 큰일을 성사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혹시'라는 기대감을 품게 되는 것이다. 작품 속 마시모는 그런 현실적인 염려가 담긴 인물이다. 고바 팀에게 '어쩌면'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으면서도, 전력의 취약함으로 인해 '언더독스'라는 임무를 배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 

 

증거를 남기지 않고 계획을 적확하게 외울 수 있는 능력. 약자이기에 몸에 밴 경계심. 거기에 이상하리만치 뛰어난 관찰력까지. 

p309

 

초반 허약한 이미지를 풍겼던 고바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누구보다 강한 면모를 드러낸다. 특히 공감되는 부분은 '약자이기에 몸에 밴 경계심'.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꼭 갖춰야 하는 '경계심'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고바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 된다. 어쩐지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는 듯한 기분. 그렇기에 그가 상처를 입으면서도 살아남고, 음모를 눈치채고, 배신을 알아차리게 되는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고바가 액션 담당이라면 그의 의붓딸인 에이미가 등장하는 부분은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20여 년의 시간이 흘러 홍콩으로 떠나는 에이미. 과연 그녀는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이런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가. 홍콩 반환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가 밝혀지면서 다양한 색채를 머금은 작품.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고, 액션과 미스터리함이 정교하게 얽힌 이 작품은 누구라도 빠져들어 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더독스'의 통쾌한 반란에 동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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