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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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널리 퍼져 사는 종 중 하나로,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의 조상은 수만 년 전 아프리카대륙에서 나와 지구 각지로 확산해간다. 그들은 육상에 살면서도 바다를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종이었다. 대개 육로를 통해 바다를 건너 팽창해가기도 했던 그들. 신기한 것은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호모 에렉투스 또한 의도적인 항해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p15

 

인류의 역사를 공부한 이후 바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들이 대륙을 이동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동방법이나 경로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가 본 적은 없었던 듯 하다. 그저 시대를 구분하고 어느 시대에는 어떤 특징을 보이고, 어느 시대에는 이런 양상을 띠었다라는 정보를 인식하는 데만 급급했을 뿐 '바다'를 중심에 놓은 큰 그림을 본 적이 없다고 할까. 그래서 [바다 인류]를 읽기 시작하기 전에는 '바다'를 소재로 인류의 역사를 논해봤자 얼마나 이야기가 나오겠느냐 하는 마음이었는데, 와우,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모험적인 부분이 많다. 

 

선사시대부터 이루어진 원양항해. 미지의 세계인 바다로 떠나야 하므로 아무래도 인류가 높은 문명을 먼저 이룩한 후 항해를 시도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저자 주경철님은 원양항해가 문명 발전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환경 변화로 생활 여건이 악화할 때 해상 어업이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연안을 따라 늘어서 있던 어민 공동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물품들이 이웃 지역으로 전해지고, 결국 먼 지역까지 이동하게 되는 과정.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볼 수 있듯 물고기는 모든 것이 파괴된 환경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식량 자원이었다. 

 

바다와 관련된 방대한 역사 안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 모든 부분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페르시아와 아테네의 충돌은 역시 복기할만하다.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의 역할을 맡았던 바다가, 군사화의 성향을 보이고 폭력 사태를 보이는 가장 강력한 역사를 품게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크세르크세스가 이끌었던 페르시아 함대를 테미스토클레스가 격파하는 것은 오랫동안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되어왔고, 그 부분을 상상만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크세르크세스를 물리치고 마침내 에게 해를 장악하게 된 그리스. 그런 그리스가 피폐해진 후 등장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의 군사적 성공에도 해군이 결코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 모두 흥미진진!!

 

동아시아의 해양 네트워크를 다룬 부분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 특히 '조공'을 통해 외부 세계와 교류하며 중심성을 유지하려했던 중국은 초반에는 조공이 아닌 교역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으며 해외 사치품을 윤리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들도 변화의 바람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던 것일까. 다른 고대 문명과 비교할 때 바다와 가장 관련이 적은 황허 문명이었지만 여러 단계의 매개를 통해 인도양 및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지역. 이후에는 해로를 통한 불교의 전파로 인해 해상 네트워크가 더 발전하게 되고, 수나라의 대운하 정비가 중국사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역사 속에서 바다의 위치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중국과 로마가 통교 노력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바다를 매개로 세계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기분에 가슴이 벅차기도!!

 

육상에서의 전력만 최고인 줄 알았던 몽골이 수군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한자 동맹과 바이킹의 출현 등 바다는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혹은 다른 욕망의 대상으로 변모해간다. 해상 네트워크, 교역의 길, 무력 충돌, 모험의 길, 제국주의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바다.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바다와 관련해서 환경 이야기도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바다에서 얻어왔던 식량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가, 해양 환경의 악화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해적과 관련된 국제적인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나. 

 

바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간의 역사. 역시나 세계는 동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앞으로 바다는 어떤 역할을 짊어지게 될 것인가. 바다 없이는 결코 전진할 수 없었던 인류. 이제는 과거를 발판삼아 바다와 함께할 미래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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