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육아 -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분 좋은 방식으로
이연진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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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도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다. 거실 창문에서 부엌까지 사정없이 어질러져 있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참에, zoom으로 하는 첫째 아이의 미술 수업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책상을 바라보니 책과 그림 그린 종이, 장난감으로 빈틈이 없기는 마찬가지. 참고 참았던 큰 소리가 마침내 터져나오고야 만다. 왜 너희는 치우면서 놀지 않아? 왜 엄마가 치우라고 할 때까지 이렇게 어지르는 거야? 왜 엄마가 꼭 이렇게 화를 내야 치우는 거야? 첫째 아이는 눈치를 보며 치우기 시작하고, 둘째 아이는 와앙 울음을 터뜨렸던 폭풍같은 저녁시간. 

 

아이들이 좀 자라면 육아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나에게 육아는 여전히 어렵다. 떼 쓰고 울고 서로 싸우고 끊임없이 들리는 '엄마' 부르는 소리. 육아 휴직이 길어져 지쳤던 걸까, 아니면 나는 육아가 맞지 않는 사람인 걸까.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내 그릇의 크기도 모르고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아 괜히 상처만 주는구나-싶어 자괴감에 휩싸였던 또 한 번의 저녁. 나는 늘 그렇듯 아이들을 재우고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도망쳤다. 그 동안 독서를 하는 이유에 대해 숱하게 많이 질문하고 나름대로의 대답을 얻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머리를 채우는 독서의 이유는 '일상에서의 도망'이었다. 

 

[취향 육아]를 읽으면서 어쩌면 나는 그 동안 잘못된 육아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반성했다. 저자의 의도는 각자의 취향대로 가장 좋아하고 맞는 방식으로 육아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조곤조곤한 말투가 느껴지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잠시 멍-해졌다. 그녀가 그려내는 따뜻한 풍경, 잠시 '자신'으로서의 나는 내려두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던 시간들. 나도 아이들과 함께일 때는 충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책으로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내 마음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여러 책의 문장을 인용하며 자신의 삶을 담담히 풀어낸다. 그건 또 그것대로 좋았지만, 나는 인용된 문구들이 아닌 잔잔한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결심했다. 책을 좀 덜 읽어야겠다고. 아예 손에서 놓자는 것이 아니라 나를 채우고 넘칠 정도로는 이제 읽지 말아야겠다고. 복직을 앞두고 있어서인가, 술렁술렁한 마음에 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평화로웠지만 단단함이 느껴졌던 저자의 문장들. 이 책을 통해 다른 엄마들은 무엇을 발견했을지 궁금하다.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웨일북>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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