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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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웨어'라는 말은 21세기 초반 씨크릿우먼이라는 기업이 최초로 만든 용어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해 입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부족한 머리숱을 감추기 위해 쓰는 용도로 선호되는 가발과는 달리, 헤어웨어는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위해 일부러 사용한다는 느낌이 강하죠. 저자는 헤어웨어의 기원을 조선의 가체와 옛 한옥에서 찾고 있는데요, 특히 가체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의 전통복식 중 하나인 화미한 머리장식이었던 가체. 조선왕조의 주요행사를 그림과 글로 편찬한 [가례도감의궤]에는 혼례의 모든 절차과정과 가체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적혀 있는 듯 합니다. 보기만 해도 목이 꺾일 것만 같았던 그 머리 장식이 '아름다움'을 위해서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글을 읽다보니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요즘들어 특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번 책의 소재는 '머리카락'입니다. 머리카락의 숱한 변신과 함께 이루어져 온 인류의 역사. 그 안에서 머리카락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신화와 전설 속에서, 혁명과 연애의 한 가운데에서, 전통과 자유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머리카락. '전통과 자유'라는 단어를 보니 학창시절 저의 헤어스타일이 떠오릅니다. 헤어스타일이 뭔가요. 중학교 때는 특히 귀 밑 3cm이상만 되어도 학생부에 불려가 호되게 혼났던 시절. 그럼에도 어떻게든 멋을 내려고 안간힘을 썼던 우리들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으십니꽈!!

 

'머리카락'하면 또 신화 속 요정들과 여신들을 배제할 수 없겠죠.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켈트 민담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머리카락은 '정신의 공통분모'였고, 가장 신성한 신체부위였다고 해요. 중세 시대 웨일즈에서는 상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가장 큰 경멸과 죄악으로 여겼고, 이에 대한 처벌 규정까지 명시된 법전이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머리카락을 터부의 상징으로 본 사람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라는 인류학자인데 그는 사람들이 머리와 머리카락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으며 신성하게 여겼다고 해석합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타인의 머리에 손을 대는 행위를 범죄로 여겼다고 주장하며 보다 깊은 원시의 세계에서 터부의 비밀을 찾아헤매죠. 남태평양 피지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머리카락을 잘라야 할 때는 그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 하나를 잡아먹었을 정도라고 하니, 머리카락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앗! 그래서 예전부터 머리카락과 관련된 기담이 존재하는 걸까요. 그 왜, 진짜 머리카락으로 만든 인형의 머리가 쑥쑥 자란다는 이야기요! 

 

머리카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삼손의 일화에서도, 제 아비의 보랏빛 머리카락을 잘라내 왕국을 멸망으로 이끈 스킬라의 경우에도,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메두사의 교만함에서도 드러납니다. 메두사는 뛰어나게 아름다웠고 특히 머리카락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해요. 여신 아테나는 메두사가 자신의 금빛 머릿결을 감히 여신에게 과시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버리는데요,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떠올려보세요. 수많은 뱀들이 우글거렸던 그 징그러운 모습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자랑하는 머리카락들. 태양왕 루이 14세의 사랑을 받았던 퐁탕주 부인이 만들어낸 머리 스타일은 높이가 50cm까지 달하는 경우도 있었고, 여성의 자유를 저지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비롯해 멋내기를 금지한 경우도 있었으며, 하나의 헤어스타일이 어떤 이념을 상징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머리카락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지대하다는 것, 그리고 그 관심이 사그라질 일은 없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인류사에서 머리카락은 또 어떤 다양한 모습과 관념으로 그 명맥을 이어갈지, 먼 미래의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궁금하네요!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아마존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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