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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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라는 제목을 보고 있으려니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했던 월요일 아침조회가 생각납니다. 날씨가 좋은 날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울렸던 '국기에 대한 맹세'. 그 때는 그저 으레 하는 행사려니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TV를 통해 아주 예전에는 정해진 시각에 밖에서조차 그런 행동들이 취해졌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느꼈던 미묘한 감정들. '태극기' 이외의 깃발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아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세계문화 영역의 책을 읽어주면서 인식하게 된 전 세계의 깃발들. 국기란, 깃발이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지정학을 바탕으로 경제 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전쟁, 빈부 격차 등을 살펴보며 지리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했던 팀 마셜. 이번에는 깃발로 눈을 돌려 사람들이 그토록 깃발에 흥분하고, 열광하고, 태우는 이유에 대해 짚어나가고자 합니다. 9.11 테러 이후 폐허가 되었던 세계 무역 센터 위에 성조기를 꽂았던 미국의 일화를 시작으로,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잭, 유럽 깃발에 담긴 그리스도교의 향기, 아라비아의 깃발, 공포의 깃발,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기에 담긴 역사적 전환점, 자유와 혁명의 깃발, 좋고 나쁘고 못생긴 깃발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깃발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져요. 

 

독특한 점은 어떤 한 국가가 아닌 집단들의 깃발이 다루어진 챕터도 있다는 것인데요, 바로 이슬람과 관련된 <공포의 깃발>입니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떠올릴 단어는 'IS'일 겁니다. 저자에 의하면 그들의 광기는 완전하고 냉정한 논리에 따른 것으로 때문에 더 무섭게 다가온다고 해요. 검은 바탕에 하얀 원이 있고, 그 원 안에는 아랍어로 '무함마드는 신의 사자다', 원 위에는 '하느님 외의 신은 없다'는 말도 적혀 있는데요, 이 두 구절을 합치면 이슬람의 신앙고백인 샤하다가 된답니다. 검은 바탕에 샤하다를 적은 형태는 이슬람 전체의 상징이라 반드시 테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것을 테러의 상징처럼 만들어버린 것이 IS의 교활함이라고. 

 


 

 읽기 전에는 깃발 하나로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깃발은 그저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을 뿐, 그렇게까지 깊은 의미는 없을 거라 생각했던 제 눈앞을 휙 지나가는 하나의 영상. 지금도 가끔 등장하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경기장을 물들였던 거대한 태극기 모습!! 깃발에 담겨 있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복잡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깃발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 않을까요. 자긍심, 신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를 대체할 그 무언가. 그러니 사람들이 깃발을 따라 포화 속으로 몸을 던지고, 그 천 조각이 지니는 상징에 따라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이겠죠.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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