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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
박순찬 그림, 박홍순 글 / 비아북 / 2022년 1월
평점 :
'철학은 모르겠고, 고양이는 귀여워 : 그런 당신을 위한 고맙소' 라는 문구는 딱 나를 위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부터 체 게바라까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15명의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이 인문학 책은, 그 인물들이 모두 고양이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표지부터 드러나는 '이 책은 고양이로소이다!'느낌은 그 동안 다가가기 어렵게만 느껴졌던 분야들조차 귀엽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고양이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대부분 동글둥글, 몽글몽글. 하아, 만져보고 싶다!!
고양이 얼굴을 하고 등장한 첫 인물은 바로 소크라테스다. 그가 누구인지 이름조차 몰라도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서양철학은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집중했지만, 소크라테스는 인간 내면을 탐구 대상으로 삼으며 철학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게 된다. 인간의 본질은 신체가 아닌 정신에 깃들어 있다고 본 소크라테스. 그는 다수결에 반대하고 민주주의에 분노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고개가 갸우뚱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예로 든 문장을 보면 또 수긍이 간다.
운동 선수는 만인과 전문가 중 누구의 의견을 따라야 하나?
플라톤, [크리톤]
p25
평소라면 딱딱하게만 느껴져 생각하는 것조차 거부했을지도 모를 철학적 난제지만, 고양이 얼굴을 한 철학자가 근엄하게 물어보니 별로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랬어? 음, 좀 생각해볼만하군'이라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심지어 '중세 기독교 신학의 왕'이라 불리는 <토마스 아퀴나스> 편에서는 '육체적, 감각적 욕구도 죄의 원인에 들어간다'는 문장 밑에 하트 눈이 되어 생선을 핥고 있는 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이런 그림이라니, 저절로 저 문장이 단번에 외워질 것 같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도오저히 근접할 수 없는 세계라고 여겨왔던 과학이론조차도 이 '냥도리' 캐릭터 하나면 해결된다. 20세기 초반까지 뉴턴의 고전물리학이 지배하고 있던 과학계에, '현상과 원인이 실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은 혁명적인 것이었다. 글보다는 그림으로 그의 이론을 설명하려 하는 냥도리 덕분에 이 챕터가 그동안 특히 어려워하던 과학분야라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술술 읽어내려갔다.
소크라테스부터 시작해, 공자와 토마스 아퀴나스, 단테 알리기에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장 자크 루소, 아이작 뉴턴, 애덤 스미스, 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시몬 드 보부아르, 체 게바라,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자크 데리다로 끝을 맺는 냥도리 산책길! 너무나 귀엽고 예쁜 그림들로 인해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 또 만나고 싶다!! 요 책에는 철학, 역사, 과학, 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실려 있지만, 시리즈로 나와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문학편, 철학편, 과학편으로 한권씩, 그리고 으어엄청 두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