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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평점 :

제목에서부터 ' 이 소설은 슬프다'는 기운이 팍팍 전해져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라니, 그렇다면 끝은 정해져 있다는 건데, 전 슬픈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피할 때도 많거든요. 어쩔 수 없이(?) 비극적인 서사와 맞닥뜨려야 한다면 또 모를까, 이렇게 시작부터 당당하게(?) 슬픔을 암시하는 소설이라니요. 이치조 미사키의 전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한 편을 통해 충분히 이 작가의 작품 구성이 어떤지 짐작이 되는 바,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제 손이 아닌 듯 너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또 재미는 있어, 무겁다고 느낀 것은 제 착각이었던 듯 순식간에 읽어내려가고 말았습니다.
교내에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도사카 아야네. 뛰어난 외모로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것조차 귀찮은 듯 자신에게 신경을 꺼달라는 표정과 언행으로 유명합니다. 혼자 지내는 것도 아무렇지 않은 듯 친구를 사귀지도 않아요. 그에 반해 미즈시마 하루토는 평범한 외모로 평범한 미래를 꿈꾸는, 시를 쓰는 소년입니다.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조부모님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에, 그들의 노후를 보살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 외에 특별한 미래를 꿈꿀 수도 없었죠.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아야네와 하루토는, 어느 날 하루토가 쓴 시를 아야네가 듣기 시작하면서 관계에 변화를 맞게 됩니다. 삼촌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며 하루토에게 가사를 써달라는 아야네. 그렇게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알게 된, 아야네가 그토록 혼자이기를 고집했던 이유.
부디 이들의 행복한 시간이 끝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독자의 마음을 배신하듯, 가수가 되어 결국 헤어지고 만 아야네와 하루토. 하지만 아야네가 만든 노래 제목을 보고 첫 번째 소오름이!! 말씀드리고 싶어 손과 입이 간질간질하지만, 제가 느낀 감동과 전율을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에 자세히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에헴!! 그리고 그들에게 두 번째, 마지막을 불러올 이별이 찾아와요. 이쯤되면 초반에 등장한, 하루토가 '사랑해 마지 않는 그녀'가 누구인지도 짐작이 되고, 왜 그녀에게 아야네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지도 납득이 됩니다. 마지막 부분, 아야네와 똑같은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누군가, 그리고 '그녀'의 이름이 밝혀지면서 두 번째 소오름!!
유치하다면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 소설에 저는 과거 자주 들었던 노래의 가수가 떠올라 또 마음이 시큰해졌습니다. 일본 가수 중에 YUI 라고 있는데, 그녀가 소녀시절 출연한 영화 <태양의 노래>가 생각나더라고요. 희귀병에 걸렸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소녀, 그리고 그녀가 불렀던 노래가 갑자기 오버랩되면서 아야네=YUI의 이미지로 남아버렸습니다. 결국 감정이 북받쳐 의도치 않게 눈물이 펑펑!!
이치조 미사키의 작품을 읽으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보내고 있는 평범한 생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돼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매일매일. 그 행복을 만끽하면서 그의 작품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출판사 <모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